부동산
강남아파트 실수요 중심 `판갈이`
입력 2017-01-19 17:51  | 수정 2017-01-20 18:33
강남 불패 신화 속에 아파트 투자의 메카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권 시장이 '차별화' 양상을 나타나고 있다. 거래 한파 소식에도 불구하고 학군, 교통 등 입지가 좋은 데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기존 아파트 핵심 단지들은 연일 신고가를 치고 있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상승장에서 강남 아파트 시세를 투자세력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싸도 팔린다'는 믿음 속에 매달 수천만 원씩 가격이 오르던 재건축 단지들이 지난해 11·3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1·3대책)을 기점으로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대조되는 분위기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과 부동산114, KB시세 등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강남권 '대장주'로 통하는 기존 아파트들은 11·3대책 이후 평균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반면 19일 현재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주요 재건축 단지 매매 시세는 같은 기간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리라는 예상과 다르게 강남권 기존 아파트들의 '몸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강남 대치아이파크 전용 60㎡형의 경우 작년 10월 말에 비해 3000만원가량 가격이 올라 현재 10억3000만원 선으로 최고 시세를 형성했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과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형 역시 2000만원 이상 오르면서 각각 17억원, 10억5000만원 선으로 시세가 형성되는 등 연일 고점을 찍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는 실수요 위주 매매 성향이 부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서 연간 임대 매물의 30%가량이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바뀌는 추세"라며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거래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이 나오면 실수요자들이 바로 사들이면서 오히려 1000만~2000만원가량 매매 시세가 뛰었다"고 설명했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 역시 "특히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면적을 중심으로 30·40대 실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많다"며 "이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 목적으로 학군이 우수한 강남 지역을 선호하며 자녀들이 대학을 가면 월세 임대를 줘서 추가 수입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재건축 시장은 부진한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전용면적 150㎡형은 매매 가격이 11·3대책 발표 이후 1억5000만원 급락했다. 대책 직전인 10월 말 22억원 선으로 고점을 기록했지만 지난주는 20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조합원에게 전용 138㎡형 무상제공+4억원 환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후 1억원 이상 뛰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 역시 작년 10월 말 이후 현재까지 1억4500만원가량 내렸다.
개포주공1단지와 대치 은마아파트, 강동 둔촌주공4단지 역시 고점 대비 5000만~6000만원가량 시세가 떨어졌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팀장은 "강남 재건축이 한 차례 조정을 받았던 1년 전에 비해 최근의 강남권 재건축 시세 낙폭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는 '시세가 언제 반등할 것인지'를 두고 현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서초 반포동 일대 A공인 관계자는 "반포 일대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서울시 가이드라인대로 35층 등 용적률을 이미 반영한 상황이다보니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다른 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의 심의 결과에 따라 특정 단지별로 기대감이 올라 호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강남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팔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호가가 한 주 새 1000만원씩 내려가는 등 하락세도 만만치 않아 시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설 이후 봄 이사철 등을 기점으로 시세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존 아파트의 경우 봄 이사철이 되면 시세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반등 여부 등 가격 불확실성이 크다"며 "사업속도뿐 아니라 분양시장 분위기와 조합 내부 사정에 따라 국지적인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 '대출규제·금리 인상·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투자 목적의 재건축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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