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큰손들의 2017 투자전략 / ⑦ 김희석 NH농협생명 CIO ◆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돈맥경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글로벌 금리 상승이 한계에 부딪혀 금리 인상 기조는 단기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때를 채권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
NH농협생명에서 운용자산 60조원을 총괄하는 김희석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9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탓에 자금이 돌지 않아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트럼프는 물론 영국 브렉시트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보호무역주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국가로 퍼져가고 있다"며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깨뜨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분석에 기반해 김 부사장은 올해 해외 채권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여 올해가 채권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적기라는 얘기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부터 확대해온 해외 채권 투자 규모를 올해에는 더 크게 늘릴 계획이다. 2015년 운용자산(55조3405억원)의 10%(5조5703억원)였던 해외 채권 비중은 지난해 운용자산(59조4905억원)의 21.2%(12조6106억원)까지 크게 늘었다. 올해에는 운용자산(64조원)의 28.8%(18조4320억원)까지 더 늘릴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기존에 밝힌 공약이 그대로 이행되기가 쉽지 않아 향후 1~2년 내 금리가 1.0~1.5%포인트씩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올해 집중적으로 사들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채권 중 최고 유망 투자처로는 미국 금융채를 꼽았다. 김 부사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면서 "그럼에도 과거 디폴트 전례가 있다 보니 미국 금융채는 같은 등급의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아 매력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브라질·인도 같은 신흥국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해외 증권사들은 '신흥국 채권 투자=환(換)상품 투자'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중점적으로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들 국가 경제가 앞으로 좋아질 것인 데다 10%대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심어주는 관행이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통화 변동성은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변동성보다 훨씬 크다. 올해에는 해외 대체투자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대수익이 낮더라도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에 있는 핵심(코어) 부동산 위주로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NH농협생명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이 부서의 주요 투자 대상은 지분 투자보다는 메자닌과 같은 대출 투자 상품이다. 지난 한 해 해외 대체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4000억원 많은 7190억원에 달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두 배 많은 1조53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시장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해외 주식시장은 이미 많이 올라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나 자산배분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정권교체가 많이 일어나며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배트를 짧게 쥐고 위험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김희석 NH농협생명 CIO는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써버러스코리아 자산관리 총괄상무, HB어드바이저스 대표를 거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해외투자실장,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2014년 12월부터 NH농협생명 CIO를 맡고 있다.
[한우람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돈맥경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글로벌 금리 상승이 한계에 부딪혀 금리 인상 기조는 단기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때를 채권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
NH농협생명에서 운용자산 60조원을 총괄하는 김희석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9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탓에 자금이 돌지 않아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트럼프는 물론 영국 브렉시트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보호무역주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국가로 퍼져가고 있다"며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깨뜨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분석에 기반해 김 부사장은 올해 해외 채권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여 올해가 채권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적기라는 얘기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부터 확대해온 해외 채권 투자 규모를 올해에는 더 크게 늘릴 계획이다. 2015년 운용자산(55조3405억원)의 10%(5조5703억원)였던 해외 채권 비중은 지난해 운용자산(59조4905억원)의 21.2%(12조6106억원)까지 크게 늘었다. 올해에는 운용자산(64조원)의 28.8%(18조4320억원)까지 더 늘릴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기존에 밝힌 공약이 그대로 이행되기가 쉽지 않아 향후 1~2년 내 금리가 1.0~1.5%포인트씩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올해 집중적으로 사들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채권 중 최고 유망 투자처로는 미국 금융채를 꼽았다. 김 부사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면서 "그럼에도 과거 디폴트 전례가 있다 보니 미국 금융채는 같은 등급의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아 매력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브라질·인도 같은 신흥국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해외 증권사들은 '신흥국 채권 투자=환(換)상품 투자'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중점적으로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들 국가 경제가 앞으로 좋아질 것인 데다 10%대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심어주는 관행이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통화 변동성은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변동성보다 훨씬 크다. 올해에는 해외 대체투자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대수익이 낮더라도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에 있는 핵심(코어) 부동산 위주로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NH농협생명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이 부서의 주요 투자 대상은 지분 투자보다는 메자닌과 같은 대출 투자 상품이다. 지난 한 해 해외 대체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4000억원 많은 7190억원에 달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두 배 많은 1조53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시장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해외 주식시장은 이미 많이 올라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나 자산배분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정권교체가 많이 일어나며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시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배트를 짧게 쥐고 위험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김희석 NH농협생명 CIO는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써버러스코리아 자산관리 총괄상무, HB어드바이저스 대표를 거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해외투자실장,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2014년 12월부터 NH농협생명 CIO를 맡고 있다.
[한우람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