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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명예의 전당 투표, `약물 장벽`이 허물어진다
입력 2017-01-19 16:43 
이반 로드리게스는 약물에 손을 댔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미국 프로스포츠 명예의 전당 중에 가장 까다로운 입성 기준을 갖고 있는 미국 야구 명에의 전당. 이곳을 둘러싼 '약물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으로 10년 이상 취재한 베테랑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입회자를 선정하는 명예의 전당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준 모습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재 명예의 전당은 이른바 '약물의 시대'를 평가중이다. 이 시대 선수들을 평가함에 있어 약물에 손을 댔는지 여부는 이 '그라운드 밖의 모습'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약물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은 하나같이 투표에서 외면받고 있다. 90년대 최고 홈런 타자 중 한 명인 마크 맥과이어는 10년의 기회를 잡았지만 75% 기준을 넘지 못했다. 당시 그와 함께 홈런 경쟁을 벌인 새미 소사도 명예의 전당 진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통산 762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기록중인 배리 본즈, 사이영상 7회 수상 경력의 로저 클레멘스는 이번 투표에서 처음으로 50% 지지율을 넘었다.
지지율 50% 돌파는 우연이 아니다. 두 선수는 모두 꾸준히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본즈는 2013년 36.2%를 시작으로 34.7%, 36.8%, 44.3%로 꾸준히 상승했고 급기야 올해 53.8%의 지지를 얻었다. 클레멘스는 어떤가. 2013년 37.6%에서 시작해 다음해 35.4%로 하락했지만, 이후 37.5%, 45.2%, 54.1%로 3년 연속 상승했다. 두 선수에게는 아직 다섯 차례 기회가 더 남아 있다.
두 선수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버드 셀리그 전 커미셔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셀리그는 '약물 시대'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1994년 선수 노조 파업 이후 위기를 맞았던 메이저리그가 약물에 손을 댄 선수들의 활약을 토대로 부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쿠퍼스타운에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리 본즈는 금지약물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5년째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지지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여기에 약물 복용이 의심됐던(그러나 물증은 잡히지 않은) 마이크 피아자가 2016년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것도 이런 선택을 부채질했다. 올해에도 약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반 로드리게스, 제프 배그웰이 선택을 받았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약물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저 셋 중 둘은 약에 손을 댔다. 본즈와 클레멘스가 없는데 퍼지가 첫 해에 들어간다고? 미친 거 아닌가?"라는 한 익명의 은퇴선수가 보낸 문자를 소개하며 약물의 시대 선수들을 평가하는 시도에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년 뒤 공개될 2018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비슷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칼자루는 400명이 넘는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쥐고 있다. 이들이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하게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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