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가속도 내는 北 ICBM 발사, 트럼프 행정부에 `강공` 가닥 관측
입력 2017-01-19 16:29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태세를 구체화하고 있다.
당초 트럼프 신 정부와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던 북한이 점차 이러한 기대를 접고 다시 강경 대결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미 공언한 대로 '김정은이 결단하는 때와 장소'에서 ICBM을 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관영 매체들도 "머지않은 시기에 ICBM은 발사될 것"이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 이와관련해 북한이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2기를 최근 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 발사 위협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였다. 북한은 트럼프가 당선되자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본 뒤 군사 도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을 '적'이자 '위협'으로 규정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의 발언을 포함,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인사들의 대북 강경 메시지가 잇따르자 '가만히 있어서는 미국 차기 정부로부터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고 관측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또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75돌(2월16일·광명성절) 등을 계기 삼아 북한이 조기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북 제재의 선봉에 서 온 한국의 외교력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약해지고 한일 간에 심각한 외교 갈등이 빚어진 현 상황을 북한이 기회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ICBM 시험발사라는 특대형 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보유 중인 KN-08이나 KN-14를 쏘는 방안 △무수단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거쳐 ICBM 발사로 넘어가는 방안 등 두가지가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을 바로 발사할 수 있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평가된다. 실패할 우려도 있고 미국 및 주변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무수단 등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 ICBM 발사를 공언했던 것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날 중앙통합방위회를 열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 및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회의를 주재하고 "군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현장에서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북한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우리 정부의 대비태세를 시험해 보기 위해 각종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될 것이고, 대선 등 국내 정치일정과 연계한 사회혼란 목적의 공격이 예상된다"며 "북한의 남파간첩, 우리 내부의 사회불만 세력, 폭력적 극단주의 추종세력 등에 의한 테러 가능성도 예견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2016년 중앙통합방위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황 권한대행이 회의를 주재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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