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첩첩산중 삼성…지주사 전환 `일시정지` 미래전략실 해체는 `다음에`
입력 2017-01-19 16:18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란 점은 변함없다. 피의자 신분으로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고, 재판까지 감안할 경우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삼성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19일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란 악몽같은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됐다면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여전히 뇌물을 공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형사사건의 피의자다. 기나긴 법정다툼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뒤를 받쳐줄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도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진행중인 특검 수사 및 향후 재판 과정에 지금처럼 총력을 다해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처럼 그룹 법무실이 중심이 돼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면서 특검 수사에도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고 방어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방어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에 있어서는 당분간 지금처럼 중요한 의사결정을 뒤로 미룬채 내실을 다지는 수동적인 경영방식을 유지할 전망이다. 원래 오는 5월까지 밑그림을 그리기로 했던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지주사 전환의 경우 고려해야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검토하기 쉽지않다"며 "적어도 특검이 삼성 관계자들을 기소한 뒤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재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에도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의 투자나 M&A중 상당부분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출국금지가 철회되지 않는 이상 이 부회장이 해외로 나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선 일일이 특검에 출장 사유를 설명하고 허가를 얻어야한다. 어렵사리 출국이 허용되어도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 피의자 신분인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을 100%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만 일상적 경영 현안들에 대해선 조만간 움직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사장단 및 임원 인사의 경우 이르면 오는 설 이후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장단 인사가 이뤄져야 뒤이어 계열사별 경영계획이 만들어지고 투자 계획과 채용 계획 등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원래 삼성은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들이 이끄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며 며 "인사만 해결되면 계열사별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현안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 시점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전략실 해체가 이번 사장단 인사를 전후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래전략실의 일부 기능과 조직을 축소하는 정도의 개편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무엇보다 신경쓰는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삼성 그룹의 이미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08년 특검 수사를 받은 이후 '회사 이익을 위해선 불법·탈법을 서슴치 않는다'란 왜곡된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많은 임직원이 애썼지만 이번 일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우뚝 서는 등 회사의 위상은 어느때보다 높아졌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식는 것은 미처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이 해야할 일 중 가장 중요한건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며 "삼성의 뿌리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기업의 힘은 국민들의 지지에서 온다는 사실을 잊지않고 사랑받는 삼성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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