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변액보험 수수료 논란까지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01-19 14:49  | 수정 2017-01-20 15:08

#5년전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정수영(가명·36) 씨는 보험사가 야속하다. 자그마치 5년이나 기다렸는데 원금 회복은 요원하고 매달 수수료만 떼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정씨가 내는 월 20만원의 보험료에서 계약체결비 9700원, 계약관리비 1만원, 위험보험료 84원을 각각 사업비 명목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정씨는 그동안 '관리'라는 것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마이너스 수익률로 원금을 까먹는 변액보험이 수두룩한 가운데 이번에는 일종의 수수료인 보험사 사업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험사가 아무런 관리를 해주지 않는데 '왜 수수료를 떼가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가 매월 내는 보험료의 적게는 10%를 사업비로 부과하고 있다. 월 보험료로 20만원 낸다면 이중 2만원 남짓을 수수료로 빼가는 셈이다.
변액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이렇다할 수익률 관리를 해주지 않는데 수수료만 떼간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거나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펀드가 전체(1205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어 수수료 부과에 대한 불만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 가입자는 "변액보험에 가입한지 61개월이 지났지만 원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담당 설계사로부터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펀드 변경과 같은 관리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관리 수수료 부과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변액보험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감독규정을 가지고 변액보험 사업비 수준의 적절성을 따지기 어렵고 결국 수익률은 가입자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보험은 지인이나 가족 권유로 가입하는 비자발적인 '푸시'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렇다보니 수익률 관리가 중요한 변액보험 역시 가입자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가입자 스스로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설계사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고객 접점에 있는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자들의 보장이나 수익률 등 상품 유지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시스템적으로 판매 후 관리하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AS)'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여러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 후 AS의 하나로 고객 재방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존 가입자에 대한 추가 상품 가입을 안내하는 영업 방편으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AS를 위한 방문이 아닌 추가 실적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생명보험사 소속 한 설계자는 "상당수 보험사의 고객 재방문 캠페인이 취지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설계사도 판매 수당을 받아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본사의 입장과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변액보험 수수료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고 수익률이 플러스를 냈다 하도라도 수수료를 떼면 원금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에 가입해 원금 이상을 건지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로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수수료 논란이 상당히 지속될 것임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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