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른 수단같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미래와의 대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에서 이같이 밝힌 안 지사는 "(법인세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다 똑같다"며 "전통적으로 법인세를 1% 올리면 세수 1조 5000억원이 올라가고 2% 올리면 3조원이 올라간다. 증세를 해서 어떤 재정수요를 메꾸려고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증세 논쟁은 어떤 경우든 징벌적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돈 낸 사람 기분나쁘게 그러면 되느냐"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부분의 대권 주자들은 법인세 인상을 약속하며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가급적 명목세율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440개 대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3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안 지사가 법인세 인상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과 결이 다른 주장을 한 것은 '차별화 행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재벌개혁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 지사는 "중소기업이 기를 쓰고 기술혁신을 해도 납품할 곳이 삼성, 현대자동차 뿐이라면 납품처에서 단가를 후려쳐도 안 쫓아갈 수가 없다"며 "징벌소송제나 집단소송제 같은 이런 제도가 왜 필요한가 하면 기술혁신을 해온 고부가가치가 납품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기술 탈취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징벌적 사례를 통해 재산권 도둑질을 못하게 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대표적 사례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승계와 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재벌이) 2, 3세로넘어갈 때 소액의 주식보유로 상호순환출자를 통해 문어발식 경영네트워크를 만든다"며 "상호순환출자 제한, 금산분리 등의 방식이 있는대 이를 법대로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민들과 경제계 모두 이런 조치들이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되는 것에 대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 지사는 법인세뿐만 아니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 군복무기간 연장, 대북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이날 인천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 이쪽이 잡으며 햇볕정책, 저쪽이 잡으면 강공대처를 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며 "대한민국이 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대화를 기반으로 미북대화와 미중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가) 4대 재벌을 특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며 "누구를 겨냥하기보다는 공정경쟁의 원칙에 따라 기울어진 경제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저는 이 정권교체가 우리가 보아왔던 복수혈전의 정권교체가 안되도록 할 것이다"며 "역대 모든 정권의 그 시대 국민들이 합의했던 좋은 성과나 국정과제는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정권교체를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유력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탓에 불안감을 느끼는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표심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독자적인 메시지와 함께 안 지사는 '차차기 도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에도 주력했다. 안 지사는 초청 간담회에서 "단순히 우리가 '무조건 정권교체하겠다'고 하면 제가 안 보인다. 그러나 새롭게 구성할 차기 정부와 그 정부가 어떤 미래를 향해 가야하는가 한 번만 더 고민하면 제 이야기가 들릴 것"이라며 "그동안 '차차기 프레임'을 저를 격려하는 의미로 쓰셨다면 이 시간 이후에는 정말로 심각하게 이번 대선 주자로서 검토 대상에 넣어달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여소야대 (충남) 지방의회를 상대로 공약이행률 1위, 도정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미 한 번 '예비고사'를 끝낸 것 아니냐"며 "평생의 제 인생을, 지방정부 7년의 경험을 담보와 실적자료로 내밀고 국민 여러분들에게 '대통령'이라는 신임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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