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공공부문 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131만개가 넘는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집권할 경우 차기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고용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큰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집권철학을 확실히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작은 정부는 좋다'는 미신,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말했다. 그는 "재원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부은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를 만든다"며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 전 대표는 구체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관련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현재 소방인력은 법정기준에도 못 미쳐 1만7000여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또 "연간 선발규모가 1만6700명인 의무경찰을 폐지하는 대신 정규경찰로 충원하겠다"며 "사회복지 공무원 수도 25만명 늘리고, 보육교사·의료인력·부사관 일자리도 계속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도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주5일제를 도입한 뒤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500시간 가깝게 줄었지만 우리 경제는 더 성장했다"며 "주52시간인 법정노동시간만 준수해도 최대 20만4000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연차휴가를 의무소진하도록 하겠다"면서 "노동자들이 휴가만 다 써도 새 일자리 30만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단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일자리의 질적 향상도 일구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년간 늘어난 일자리의 92%는 중소기업이 만들었다"며 "하지만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60%밖에 되지 않아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중소기업 임금이 오르면 좋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정당한 납품단가를 지급하고, 정부도 지원하면 중소기업들이 이같은 임금인상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면서 "집권하면 한해 일자리 예산 규모를 17조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일자리 추경예산 편성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사실상 재정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문 전 대표가 정부규모와 역할이 확대되는 '큰정부론'을 정책화두로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17일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그동안 신자유주의 사고가 작은 정부를 지향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공공부문을 늘린다고 하면 한나라당에서 엄청나게 비난했다"며 "사회가 발전할 수록 국민안전에 대한 공적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공부문에서 인력을 활용하면 가계소득이 높아지고 소비도 살게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선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고, 중소기업청을 벤처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통령직속위원회로 노인문제 청년문제 저출산문제를 전담하는 기구를 (새로) 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단순히 정부 직속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큰정부는 단순 공무원 수 확대 보다 정부 역할 증대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문 전 대표 공약대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릴 경우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만큼, 민간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회 각 분야별 일자리를 창출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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