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LG생활건강, 가로수길 200억원 규모 록시땅 건물 매입
입력 2017-01-17 17:26  | 수정 2017-01-17 19:04
K뷰티 대표 주자인 LG생활건강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스트리트 빌딩을 200억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외국계 뷰티 브랜드 록시땅과 미국계 가방 메이커 쌤소나이트가 입점해 있는 한일빌딩을 사들였다. 이 빌딩은 총 4층짜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로 옆에 세계 최대 SPA(생산·유통 일괄) 브랜드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 사들인 H&M 건물이 있고, 건너편에는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전문점 '엘큐브'가 있어 알짜 용지로 평가된다. 작년 이랜드그룹 역시 미국계 SPA 브랜드 '포에버21'이 갖고 있던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현재 자사 브랜드 '스파오' 매장으로 쓰고 있다. 최근엔 인근 옥림빌딩도 외국계 사모펀드 한 곳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가로수길이 국내 대기업과 기관투자가의 성지로 발돋움할 태세다.
최근 몇 년 새 개별관광을 선호하고 소비 성향이 강한 중국인 '싼커(散客)'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이들의 새로운 '쇼핑 성지'로 가로수길이 급부상한 것이 배경이다. LG생활건강은 이 길 곳곳에 자사 뷰티브랜드의 개별 숍을 운영 중이다. 후를 비롯해 숨, 더페이스샵, 빌리프, VDL 등 숍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번에 중형급 빌딩을 매입함으로써 흩어진 브랜드들을 한곳에 모아 통합 운영하는 '멀티숍'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임대료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브랜드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단독 플래그십스토어 개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동안 가로수길은 중국인 상권의 핵심이었던 명동이나 리테일의 성지로 불리는 강남역, 명품의 메카인 청담동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실제 이 지역 꼬마빌딩 매입가는 3.3㎡당 1억~1억5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이는 명동이나 강남역의 7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로수길이 서울에서는 '소호(SOHO)' 느낌이 나는 몇 안 되는 상권인데 이런 분위기의 거리는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저가 '매스티지' 브랜드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매스티지 브랜드 MCM과 미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마이클코어스가 이곳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상무는 "가로수길은 명동처럼 관광지 느낌이 강하지 않고 청담동처럼 지나치게 하이엔드 느낌도 아닌 소호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외국계 리테일 회사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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