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독도소녀상 추진에 日외무상 "독도는 일본땅" 망언
입력 2017-01-17 16:06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17일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최근 경기도의회가 독도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연구모임은 전날 독도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모금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12년째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아울러 아베 정권 들어서는 초·중·고교 역사·지리 검정 교과서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대거 포함시키며 영유권 주장 도발수위를 높여왔다.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에 우리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질없는 주장을 즉각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 정병원 동북아국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외교부로 초치, 우리 정부의 강한 항의를 전달했다.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불거지면서 시계제로 상황에 빠져들 조짐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지금처럼 국내 반일 여론을 자극하는 행동을 이어간다면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설치 등에 있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주로 예상됐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의 한국 귀임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는 지난 9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일본으로 일시 귀국한 바 있다. 나가미네 대사는 아베 신조 총리가 베트남 출장에서 돌아오는 17일에 논의를 거친 후 이번주 내에 한국으로 귀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나가미네 대사의 한국 귀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이 늦어지고 장기화될 경우 일본 정부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당초 예상대로 이번주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기시다의 독도 발언은 일시 귀국한 주한 일본 대사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기 전 국내 여론을 달래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보인다"며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분명한 이상 일본의 이런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며 논쟁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보다는 암초가 될 만한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양국 갈등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달 22일에는 지자체 시마네현에서 매년 반복하고 있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 행사에는 일본 정부도 정무관급 인사를 파견하고 있는데, 최근 한일 관계 갈등과 맞물려 보수우익세력의 주장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어 3월 말에는 일본 교과서 검정이 예정돼있다. 매년 역사·영토 도발을 강화해온 만큼 올해처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4월에는 또 보수우익의 성지인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제사)가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해 한국 중국의 반발을 샀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뉴스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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