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회 현상부터 자연 현상까지 숨은 연결 파헤친다" 커넥터
입력 2017-01-16 17:00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거리에서 수천명이 모여 만세 시위를 벌였다. 해질 무렵에는 교외로 번져나가 평양, 의주, 원산 등 한강 이북 지방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독립선언식과 만세 시위가 일어났다. 이후 시위 소식은 전국으로 확산돼 수개월 만에 전 인구의 10%인 200만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펼쳐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3?1운동의 전개 양상이다.
놀라운 점은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게이트로 촉발한 촛불시위도 놀라울만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확산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3?1운동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기에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오늘날과 비슷하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저자인 안병익 대표는 이에 대해 '연결'과 '허브'라는 개념을 들고 설명을 시도한다. 사회학자인 던컨 와츠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룹과의 연결이, 소셜 웹 전문가인 폴 애덤스는 연결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즉 허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3.1 운동에서 철도라는 물리적 연결과 종교조직이라는 인적 연결에 주목해 당시 명성이 높았던 민족 대표 33인이 영향력자가 되고, 이들이 이끄는 종교조직에 몸담은 학생들이 허브가 되어 철도라는 연결망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고 설명해낸다. 이처럼 서로 얽혀 있는 연결망 안에서 영향력자와 추종자들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나타난 현상이 바로 3?1운동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조직화하면서 이처럼 놀라운 변화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붓지 않았는데도 입소문만으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 인기 맛집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사람들, 단기간에 유튜브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변이다.
이 책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얽혀 있는 초연결 시대인 오늘날 연결을 구성하는 개체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직화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양한 법칙과 이론을 통해 살펴본다. 더 나아가 물질의 변화, 철새들의 군무, 바이러스의 확산, 혜성의 움직임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자연 현상들의 이면에 숨은 연결의 법칙도 제시하고 있다.

곽수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시장의 움직임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며 "급속도로 퍼져 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원리를 쉽게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방송인 홍석천씨는 "복잡계, 심리학, 물리학, 철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연결 행동에 대하여 재미있게 파헤친다"며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함께할 때 비로소 그 빛이 나며 연결돼 서로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안병익 대표는 컴퓨터 과학 박사로 사회 연결망과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전문가이다. KT 연구원 재직시절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0년 창업한 우위치기반서비스(LBS) 기업 포인트아이를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0년에는 식신을 창업해 사용자 참여형 맛집 추천 앱인 '식신'을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SEIT 과정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AMP 과정을 수료했으며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 교수로 활동하면서 사회 연결망 강의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카이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창업가 정신과 O2O에 관한 특강을 진행하고 포춘 코리아에 '안병익의 스마트라이프', 매일경제에 '우버인사이트', 서울경제에 '안병익의 푸드라이프'를 비롯해 전자신문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용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