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혹스런 삼성 "승마 지원이 합병 위한 뇌물이라니"
입력 2017-01-16 16:33 

16일 특검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특검이 적시한 '뇌물공여·횡령·위증' 등 3개 혐의 가운데 어느것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삼성은 특검의 영장 청구 발표 직후 "어떤 대가를 바라고 (승마협회와 정유라를)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삼성은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세가지 혐의 중 삼성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건 '뇌물공여'다.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자로 적시했다는 것은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불법적인 로비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와달라고 청탁했고 박 대통령 혹은 제3자인 최순실씨가 뇌물을 받은 대가로 두 회사의 합병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 부회장 그룹 승계가 정당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삼성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인정할 수 없는 혐의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의 대가로 지원을 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특검이 정황만으로 무리한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드러난 것이라곤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만들어진 '대통령 말씀자료'에 '이번 정부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 뿐"이라며 "이 말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인지, 단순한 덕담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강조했다.

삼성은 특검이 대가성 있는 뇌물 액수를 430억원으로 규정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순실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은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올림픽을 대비한 우수 승마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었고 장시호가 이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결정은 통상적인 스포츠 지원활동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승마협회 지원 등은 자발적이 아니라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 불법행위는 없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은 재계 차원의 활동에 동참한 것뿐"이라고 억울해했다.
재계 한 임원은 "이런 식이라면 기업의 모든 스포츠 지원 활동은 뇌물로 규정되고 대한민국 기업인 중 범법자가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기업인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전에 정부 부처가 이런 재단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게 우선 아니냐"고 항변했다. 실제로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적용할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상당수 뇌물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특검이 뇌물을 수수한 사람은 아직 특정되지도, 조사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우선 사법처리하는건 앞뒤가 바뀐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뇌물죄 수사에선 뇌물을 준 사람보다 뇌물을 받은 사람의 죄가 더 큰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양측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난 뒤 뇌물을 받은 사람이 먼저 구속되는게 일반적이다.
횡령 혐의는 더 어처구니 없다는 것이 삼성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모든 지원은 공식적인 내부 절차를 밟아 투명하게 회계처리됐다"며 "회계 감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돈이 뇌물이라면 이처럼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지원을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위증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최씨 등에 대한)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될 당시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으나 여러 정황상 최씨 모녀의 존재를 미리 알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위증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건 결국 국회 청문회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국회에 출석해 말 한마디 실수하면 다른 잘못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위증죄로 기소된다"며 "위험을 감수하느니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들처럼 청문회 출석 거부하고 잠적해버리는게 최선의 전략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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