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두고 야권 대권잠룡들이 일제히 "말을 바꿨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야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사드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고문께 묻습니다. 사드 관련 입장은 왜 바뀌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될 뿐 한국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고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피해가 크다"며 "사드 관련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공세에 문 전 대표 측은 "다음 정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것이지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했으나 대선지지율 1위 주자를 겨냥한 공세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야권 내 경쟁자들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선명한 진보'를 앞세워 문 전 대표와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 내에서는 공방이 벌어짐과 동시에 사드 배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방부가 롯데 측과 추진하고 있는 사드 배치용 부지 교환계약 체결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부지 확보를 위한)교환계약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일정은 유동적"이라며 "1월 중 체결된다고 했는데 약간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이하 성주골프장)을 남양주의 군용지와 교환하는 방안에 대해 롯데측이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변인은 "롯데 측에서 이사회를 열어서 최종 감정평가액에 대해 승인하는 절차가 있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계획한 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감정평가 공개 시점은 평가액이 확정된 4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돼있다"며 "규정대로 되면 늦어도 2월 중순에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