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귀국 나흘 만인 15일 남북 간 군사적 대립의 대표적 상징물로 여겨지는 천안함 선체를 직접 살펴보며 안보 행보에 주력했습니다.
귀국 회견에서부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반 전 총장이 '안보 대통령' 이미지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오께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 천안함 선체 앞에서 참배와 묵념을 하고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반 전 총장은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의 보고를 받던 중 "사고로 충돌해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보면 (사고가 아니라 피격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천안함 희생자 규모가 거론되자 "이것을 보니 그때 당시 얼마나 처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천안함 기념관으로 이동, 승조원 배식과 잠자리 모형을 꼼꼼히 살피면서 과거 자신이 노르웨이 연구선을 타고 북극을 찾았던 당시 느꼈던 선상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장병들의 노고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또 인양 작업에 대한 관계자 보고를 듣고 "인양도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겠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고, 희생자 46명의 이름이 적힌 현판 앞에서는 일부 장병들의 이름을 읊조리기도 했습니다.
입구 방명록에는 "천안함 폭침으로 고귀한 희생을 하신 46명 장병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들의 애국정신을 높이 치하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발전의 초석이 되셨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하기 전에 천안함 전사자인 고(故) 문규석 원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수행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유족을 격려했습니다.
반 전 총장의 안보 행보는 야권 유력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반 전 총장은 "안보에는 '두 번 다시'가 없다"면서 "천안함 피격 사건 같은 일이 나지 않으려면 늘 우리가 안보태세를 공고히 하고, 우리 국민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며 정부·여당의 입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평택 2함대 사령부 방문 이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故) 박세일 전 의원의 빈소를 조문했습니다.
과거 김영삼(YS) 정권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방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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