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파견 출신 공직자가 줄줄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 IMF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 고급 인재가 민간행을 택하면서 한국 정부의 IMF에 대한 대응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이태 전 기획재정부 부이사관(국장)과 박준규 국제기구과장이 각각 삼성전자 IR그룹 임원과 삼성경제연구소로 이직했다. 김 국장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을 역임하고 IMF에서 3년간 통화자본시장국에서 일한 '자본시장 베테랑'이다. 박 과장 역시 행정고시 41회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학 석사를 따고 IMF 파견, 외신 대변인 등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이외에도 금융협력과장을 역임한 이승재 삼성생명 전무(행시 33회)와 금융위원회 과장 출신인 김인 삼성화재 상무(행시 37회)도 이들에 앞서 2014년 민간으로 이직했다. 국제기구 파견경험이 있는 한 전직 관료는 "공직사회 인사적체가 심해지면서 국제기구에 파견을 갔다 오면 고생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시선이 강하다"며 "이같이 비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근 퇴사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터진 '홍기택 사건'은 더욱 공직사회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홍 전 산업은행 회장은 '낙하산'으로 중국이 세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됐지만 산은 회장 시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책임 등이 논란이 되자 돌연 지난해 6월 휴직계를 냈다. 그 후 AIIB는 홍 회장을 사실상 사퇴로 규정지으며 새로운 부총재직 자리에 프랑스의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전 부총재를 임명한 바 있다.
이에 우선 정부에서 파견한 인재 수를 늘려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한편 파견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다수 주요 국제기구에서 한국인 지분율보다 한국인 종사자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협상을 통해 정부 파견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10년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한국인 종사자 비율이 늘어난 경험이 있다"며 "특히 단순 행정 보조직이 아니라 이코노미스트 등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위직의 경우 우리나라의 '얼굴'인 만큼 실력을 겸비한 인사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홍기택 사건은 정치에 의해 전문성이 없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며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고위직에 선임해야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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