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비판하던 아마존 베조스, 결국 일자리 늘리기 동참
입력 2017-01-13 14:19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출처 = 매경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일자리 늘리기 압박에 그동안 '반(反) 트럼프'의 대표 기업으로 인식 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도 굴복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엄포 정치'가 일각의 회의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업종과 지역, 성향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1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18개월 내 미국에서 정규직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만명이었던 직원이 지난해 18만명 규모로 커져, 지난 5년간 1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데 이어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추가로 10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아마존이 만들어낼 일자리에는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고급 일자리부터 보급형 직급 및 실무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유형의 경험, 교육 및 기술 수준을 갖춘 일자리가 포함 돼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혁신은 우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아마존은 그동안 수십만의 미국내 직업을 창출했는데 앞으로 10만명의 아마조니안(아마존 직원)과 함께 클라우드 기술, 인공지능, 고급 물류 분야에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향후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 아마존이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물류센터(Fullfillment Center)'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아마존은 이번에 밝힌 보도자료에서도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저지 등 각주에 확장 중인 물류센터에 필요한 일자리가 포함 돼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3분기에 약 20개의 새 물류센터를 열어 현재 전 세계에 150여 개의 물류 창고를 갖고 있는데 올해 20개의 물류센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각 물류센터마다 300~6000명까지 직원을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10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트위터로 발빠르게 당선을 축하하며 화해 의사를 밝힌 베조스 CEO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평가도 주목된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만해도 베조스 CEO와 트럼프의 대결 구도는 극에 달했다. 베조스가 오너로 있는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공격 진영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베조스가 언론 권력을 이용해 탈세한 전력이 있다. 내가 당선되면 WP는 없어질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베조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는 언론을 협박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맞대응 했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이틀 동안 아마존닷컴의 주가가 6% 이상 떨어졌다. 제프 베조스는 이번 발표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과 함께 트럼프가 자랑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 홍보 인물로 떠오르게 됐다. 제프 베조스는 지난달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수장들과의 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아마존은 식료품과 하드웨어, 비디오, 패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각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고용 확대가 놀랍지는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들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가 일자리 창출 기업이나 해외 이전 기업에 채찍과 당근을 쓰고 있어 아마존처럼 기왕 일자리 사업 확대를 노리는 기업은 '홍보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 당선 이후 다양한 산업 분야의 회사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추가하기위한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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