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멘트업계, 철도파업 지나니 세금폭탄…지역자원시설세 이중과세 논란
입력 2017-01-12 14:10  | 수정 2017-01-13 08:37
쌍용양회 동해공장 내 시멘트 핵심 생산설비인 `킬른`을 현장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 = 쌍용양회]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 시멘트 회사 중 한 곳은 문을 닫아야만 할 겁니다." 20년 가까이 시멘트 산업 현장에서 일해 왔던 한 시멘트 기업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이중과세 논란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대 최장기간인 72일 동안 이어진 '철도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시멘트 업계가 설상가상으로 '세금폭탄'까지 맞을 처지여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맞닥뜨린 세금폭탄은 다름 아닌 시멘트 생산량에 비례해 1t당 1000원이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난해 9월 이철규 새누리당 의원 등 10인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돼 현재 국회 본회의 심의에 앞서 안전행정위원회 등 소관위원회에 상정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행 지방세법 142조, 146조 등에 따르면 환경오염, 소음 등 외부불경제를 유발하는 시설에 대해서 원인을 제공하거나 수익을 얻는 사람에게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역자원의 보호와 개발, 환경보호 및 개선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 는 취지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에서는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에 대해 이미 지역자원시설세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시멘트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계는 매년 석회석 채광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로 23억원,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연 700억원의 배출권 구매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시멘트에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된다면 시멘트 업계엔 매년 520억원의 세금 부담이 더해진다. 이는 지난 철도파업으로 인해 시멘트 업계가 입은 약 712억원(물량 약 86만톤)의 피해에 이어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만난 시멘트 생산현장 관계자들도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는 그간 환경 오염 등 외부불경제 해소를 위한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분개했다. 강원 동해시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단일 시멘트 생산공장인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연간 1100만t규모의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쌍용양회는 지난 2014년부터 3년 연속 동해공장에서만 평균 100억원 가량의 친환경 설비 개선 사업을 통해 외부불경제 저감에 주력해 왔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기가스를 감소시키기 위해 핵심 생산설비인 '킬른' 1기당 70억원을 투자해 정전기 방식 집진기를 신형 백필터 집진기로 교체했다. 올해도 친환경 설비 개선에만 50억원의 추가 투자가 예정돼 있다.

동해공장에서 환경개선 업무를 맡은 장혁재 쌍용양회 환경안전팀장은 "현재 시멘트 원료 소성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분진에 대한 법정 규제치인 30㎎/S㎥의 절반 가량에 불과한 15㎎/S㎥ 이하 수준으로 오염을 줄였다"며 "백필터 집진기 교체를 통해 10㎎/S㎥ 이하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친환경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도 매년 20억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각종 오염물질을 규제·감독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실시간으로 배출 데이터를 보내고 지역사회에서 매년 400억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공헌활동에 쓰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자원시설세가 가중되면 경영부담은 물론 추가적인 친환경 투자 노력도 소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지역인 삼척시에 위치한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관계자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삼척공장은 올해 95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집진기 등 시설개선 투자를 위해 2014년부터 작년까지 170억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지역자원시설세가 개정안대로 시행된다면 삼척공장에서만 올해 95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차장은 "현재 삼척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500명으로, 대부분 삼척시민으로 알고 있다"며 "세금 부담이 인건비에 더해지면 삼척공장은 상당한 운영난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멘트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문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중과세 여부'다. 이중과세는 동일한 과세기간에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두 개의 같거나 유사한 조세가 부과되는 것을 뜻한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공정은 석회석 채광부터 이를 부원료와 섞고 가열·소성하는 과정을 거쳐 완제품 시멘트가 나오기 때문에 신설 지역자원시설세는 원료에 한 번, 완제품에 한 번 과세하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 반면 대표 발의한 이철규 의원실을 비롯해 전국 주요 시멘트 생산공장이 위치한 충북 단양군, 강원 동해·삼척시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분명히 발생하는 만큼 외부불경제 해소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철규 의원실 측은 "석회석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는 천연자원을 채광의 대가로 모든 채광 주체에게 부과하는 세금이고, 시멘트의 경우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불경제의 대가로 시멘트 제조업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며 "과세 대상도 다르고 세금 부과의 취지도 달라 유사한 조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재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석회석의 경우 지방세법에서 정의한 '특정자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역자원시설세 부과가 가능하지만, 공업제품인 시멘트는 '특정자원'에 해당하지 않아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부불경제는 시멘트뿐 아니라 철강, 화학 등 다른 공해산업에서도 발생하는데 시멘트에만 세금을 부과하면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중과세 논란을 떠나서 실제로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한 외부불경제에 대한 보상이 실제 피해자인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전부 돌아가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자원시설세를 시멘트 공장이 있는 지역에 시·군 조정교부금으로 65%, 시·도에 35%를 배분해 환경 개선과 복지사업에 투자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조정교부금은 재정이 취약한 군 ·구를 지원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가 배분하는 재원이란 점에서 시멘트 업계는 세금 부과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한 시멘트 공장 현장 관계자는 "설령 시멘트로 지역자원시설세를 걷어도 지금 예산구조라면 공장 주변의 외부불경제 저감이나 지역주민들을 위해 100% 사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외부불경제에 대한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면 지역자원시설세가 아닌 다른 법령에 근거하도록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해·삼척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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