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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은퇴’ 고영민, 베이징 영웅도 세월은 잡지 못했다
입력 2017-01-09 17:53  | 수정 2017-01-09 18:06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kt위즈에서 코치로 야구인생 2막을 열게 된 고영민.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베이징 영웅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다. 2루수의 고정관념을 깬 고영민(33)이 유니폼을 벗었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결국 현역 은퇴라는 결정을 해야 했다.
9일 고영민의 현역 은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이후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화려한 전성기와 30대 초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쉬운 은퇴다. 고영민은 폭 넓은 수비 범위가 강점인 내야수였다. 하지만 잔부상에 출전이 줄어들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두산의 내야가 두터워진 것도 고영민의 입지를 줄어들게 했다. 경쟁에서 밀려난 고영민은 다시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2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두산에 지명돼 입단한 뒤로 고영민은 지난해까지 15시즌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다. 신인시절인 2002시즌 16경기에 출전한 고영민은 2003년 32경기로 기회를 더 받았지만, 2004년에는 1군 출전 기록이 없고, 2005년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두산 내야진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해 116경기에 출전한 고영민은 타율 0.270 2홈런 29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하위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영민은 2007시즌부터 주전 2루수로 자리를 꿰찼다.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 12홈런 66타점 36도루에 출루율은 0.419를 기록하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이종욱(현 NC)과 함께 두산 육상부의 대표적 선수로 꼽혔다. 수비에서는 폭넓은 범위를 앞세워 ‘2익수, ‘고제트라 불리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고,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특히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고영민이 만든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다른 2루수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해 정규리그에서도 126경기에 출전한 고영민은 타율 0.267에 39도루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09년부터 부상, 부진으로 출전횟수가 줄었다. 2009년 85경기에 그쳤고, 2010년 100경기, 2011년 93경기를 출전했지만 2011년에는 타율 0.210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2012년 58경기, 2013년 10경기로 경기수가 현저히 떨어진 고영민은 2014시즌 52경기로 다시 출전횟수가 늘었다. 2015년 41경기를 뛴 고영민은 시즌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1+1년이라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2016년 8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고영민은 다른 팀에서 현역 생활을 연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그를 찾는 팀은 없었다. 결국 2012~2013시즌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진욱 kt감독의 부름을 받고 지도자로 새출발하게 됐다. 이제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준 고영민의 폭넓은 수비는 자료 화면으로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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