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퓨전데이타, 낮은 공모가·유통株 적어 주가 50%↑
입력 2017-01-09 17:44  | 수정 2017-01-09 19:16
◆ 공모주 투자노트 / 퓨전데이타 ◆
지난달 21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공모주 '퓨전데이타'는 투자자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최고 2만3400원까지 급등했다. 공모가(1만1500원)의 두 배보다 높은 가격이다. 물론 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1만700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50%가량 높은 수준이다.
가치평가(밸류에이션)나 주식 수급 측면에서 살펴볼 때 퓨전데이타는 공모주 단기투자자들에게 만족스러운 투자였다. 다만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의 빠른 성장성과 주가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부담이다.
그렇다면 퓨전데이타는 어떤 기업일까. 퓨전데이타는 2001년 보안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기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2013년 가상화솔루션을 개발·공급하면서 성장했다. 가상화솔루션은 기업의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해 외부로부터 악의적인 접근이나 내부 정보 유출을 막는 망분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퓨전데이타 매출액은 213억원으로 이 중 59.3%가 가상화솔루션 부문에서 나왔다. 이와 함께 상품 판매, 보안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또 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퓨전데이타는 향후 신규 사업인 클라우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결정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는 기업 간 거래(B2B) 형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사업을 넘어 앞으로는 일반 개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형태의 퍼블릭 클라우드로까지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시설자금 75억원을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했다.

퓨전데이타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모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주식 가치가 얼마인지를 산정하기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평가법을 이용했다. 퓨전데이타와 비슷한 업권에 있는 상장사 두 곳(케이사인·이니텍)을 골라 이들 기업의 2015년과 2016년 상반기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PER를 계산한 후 이를 다시 퓨전데이타 실적에 대입해 상대가치를 낸 것이다. 이를 통해 산출된 퓨전데이타 공모가는 2016년 예상실적 PER 7~8배 수준이었다. 비교 대상 기업 케이사인과 이니텍의 평균 PER가 13.9배인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았다. 다시 말해 공모가가 유사업체에 비해 40%가량 할인된 가격인 셈이다.
여기에 주주 구성이 단순하고 유통 물량이 적었던 점도 매력포인트가 됐다. 퓨전데이타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43.17%로 여기에 신용보증기금, 산은캐피탈 등 전문 투자자, 우리사주 등을 합치면 총 전체 주식의 72.7%가 3개월 내 매매가 금지된 보호예수물량으로 묶여 있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27.3%인 약 92만주밖에 안 돼 공모주 단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소규모 공모가 됐던 것이다. 유통 물량이 적으면 대규모 매도가 어려워 상장 이후 주가 폭락 리스크가 줄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기업 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상화 망분리 사업 자체가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부담으로 정책 리스크가 있다. 당장은 정부 정책이 망분리에 우호적이지만 향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모른다. 사업을 클라우드 쪽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설비투자 비용의 23%는 차입으로 메운다는 게 현재 계획이다. 향후 재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오는 3~6월 집중된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 수급 측면에서도 부담이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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