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 목표주가 10건중 8건은 `꽝`
입력 2017-01-09 17:32  | 수정 2017-01-09 19:29
매경, 증권사 종목리포트 4485건 분석
1년 전 D증권사의 코스닥 상장기업 A사 리포트를 보고 주식에 2000만원을 투자한 김 모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당시 1만2000원이던 A사에 대해 해당 증권사는 1년 후 2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하지만 A사 주가는 지난 6일 종가 기준 1만100원으로 매수 시점보다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김씨는 "알고 보니 A사 주가는 1년 전 이미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에 달할 정도로 비싼 상태였다"면서 "증권사의 '뻥튀기 보고서' 탓에 한 달치 월급을 날렸다"고 억울해했다.
증권사들이 1년 전 냈던 종목 리포트의 예상 목표주가를 1년 후 실제 주가와 비교해 보니 4건 중 3건 이상(77%)이 목표주가에 10% 이상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부터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증권사 리서치의 제대로 된 리포트 작성 개선 노력이 계속됐지만 뻥튀기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 일변도의 잘못된 리포트 작성 관행은 여전한 셈이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1년 전인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작성된 증권사 기업보고서 4485건을 대상으로 당시 12개월 후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1월 6일 종가 기준)를 비교 분석한 결과, 3450건(77%)은 실제 주가가 목표주가에 비해 10% 이상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35건(23%)만 실제 주가와 목표주가 격차가 마이너스(-) 10% 이내로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증권사별로 목표주가 전망이 들어맞은 리포트 수를 따져보면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기간 작성한 리포트 216건 가운데 23건으로 적중률이 10.6%에 불과했다. 각각 136건과 395건의 보고서를 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오차범위 내 리포트가 22건과 75건으로 적중률이 20% 미만이다. 동부증권(36.8%) 메리츠종금증권(30.6%) 삼성증권(29.3%)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적중률이 높았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33개 국내 증권사의 투자 등급 '매도' 의견 비중은 평균 0.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 현지 법인이 있는 외국계 증권사 14개가 낸 리포트의 '매도' 의견 비중은 15.3%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리포트 작성 관행이 지난해에도 여전했던 것이다.
앞서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취임 직후인 재작년 3월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바라기 이전에 업계 스스로 투자자 보호와 제대로 된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도 의견 리포트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5월 말부터 금투협 홈페이지에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 의견 비중을 공시하도록 했다. 금투협은 증권사 자율적 관행 개선을 유도했으나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관련 중소형주 종목 주가가 급락한 것이 목표주가·실제 주가 간 차이가 커진 주요 변수였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을 비롯한 시장 전반에서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행태를 살폈을 때 리서치센터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2일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괴리율을 리포트에 숫자로 명시하고 증권사 내부에 리서치 보고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증권업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계로, 올바른 리포트 작성 관행 정착이 시급하다"면서 "감독 과정에서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자율 규제 중심으로 돼 있는 관련 규제의 법규화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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