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유턴기업, "기술 우위·높은 생산성 없인 꿈도 꾸지 말라"
입력 2017-01-09 16:43  | 수정 2017-01-09 16:44

"한국으로 U턴해도 중국에서 생산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건비는 더 높은데 생산성이 그대로라면 답이 없죠. U턴 기업의 성공비결은 생산성이에요. 한국 기술에 맞는 대대적인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고품질 제품 생산 물꼬를 텄던 게 주효했습니다."(권동칠 트렉스타 대표)
'1세대' 리쇼어링 기업인 아웃도어 업체 트렉스타 부산 송정동 본사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독일 아디다스식 자동화 설비 도입을 늘리며 증설 작업에 불이 붙었다.
트렉스타는 내년부터 하루 평균 1200켤레 신발을 만드는 생산 라인에 5~6대 생산 로봇을 시범 투입한다. 자동화 설비와 필요 인력을 보강한 뒤 내년부터 연간 200만켤레 신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렉스타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60만켤레다.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생산성을 3배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셈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트렉스타는 급등하는 중국 인건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1988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서 출발해 1995년 중국 톈진에 중국 법인과 제 1공장을 설립할 때만 해도 좋았다. 2000년 톈진에 제 2공장을 준공하자 당시 중국 저렴한 인건비가 빛을 발하며 연 매출 1000억원대 알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중국 인건비가 급등하며 도저히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트렉스타가 국내 U턴을 모색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권 대표는 "중국 진출 당시 1인당 80~100달러였던 인건비가 평균 700~750달러까지 치솟았다"며 "중국 진출 초기 24시간 2교대 생산이 가능했지만 이 역시 노동규제 강화로 불가능해 지면서 국내 U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10여 개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왔지만 모두 안착에 실패했다. 권 대표는 리쇼어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생산성을 손꼽았다. 기업 자체 내공이 없다면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 정부 혜택도 효용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권 대표는 "아디다스의 스마트 공장 모델을 도입해 내년 상반기부터 빅데이터 자동화 설비를 가동할 것"이라며 "현재 인원만으로도 생산성과 품질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962년 창립한 인쇄물 전문업체 고문당인쇄도 품질에 승부를 건 끝에 리쇼어링에 성공했다. 고문당인쇄는 일반서적부터 달력, 제품설명서, 포장지까지 다양한 인쇄물 디자인 개발부터 발간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알짜 업체다.
2001년 중국 광둥성 혜주시에 해외현지 생산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에만 3곳의 해외법인을 운영하던 고문당인쇄는 2013년 국내 사업 확장을 위해 일부 생산설비를 국내로 옮겼다.
U턴 기업으로 돌아온 고문당인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고객 서비스다. 대기업에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문당인쇄는 제품 컨셉트 디자인부터 포장재 후가공 처리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1세대 리쇼어링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 가격, 시장수요 등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지원만 바라고 무작정 U턴 했다가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대기업 리쇼어링 사례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이 GM 보잉 포드를, 일본이 파나소닉 닛산 혼다 등 전통 제조 대기업을 국내로 복귀시켜 고용과 투자를 늘린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으로 국내 고용·투자가 약발을 받기 위해서는 대기업 U턴 모델이 나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LG전자가 멕시코 공장 생산물량을 줄이고 창원 공장으로 돌린 게 유일한 사례다. LG전자의 결정은 국내 인건비가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보다 비싸다고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옮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창원 공장은 단일화 플랫폼과 모듈화 설계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 생산효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창원 공장의 생산성이 멕시코 공장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리쇼어링 성공은 기업이 투자하고자 하는 부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반을 깔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한국처럼 반기업 정서가 영향을 미치면 혜택을 줄래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기업 정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고재만 차장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갑성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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