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초대형 수주 계약·장비 인도…해양플랜트 회복하나
입력 2017-01-09 15:10  | 수정 2017-01-09 19:58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 안착하면서 침체됐던 해양플랜트 사업이 정초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기술개발을 통해 채굴단가(원유를 캐내는 데 드는 비용)를 낮춰온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다시 유전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 ENI가 지난해 발주하지 못하고 미룬 3조원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건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일에도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의 부유식 해양설비(FPU·원유와 천연가스를 동시에 생산하는 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4일 덴마크 머스크드릴링에 초대형 고정식 시추설비(잭업리그)를 인도했다. 조선업계는 새로운 시추설비가 인도된 것을 두고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다시 유전개발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개발한 유전 위에 설치하는 생산설비와 달리 시추설비는 새로운 유전을 찾기 위해 필요한 장비다.

최근 해양플랜트 시장에 도는 온기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데다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비OPEC 산유국까지 동참하기로 하면서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단숨에 50달러선 위로 치솟았다. 감산합의에 동참한 산유국들은 올해부터 일일 원유생산량을 176만배럴 줄이기로 했고,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일 원유생산량을 48만배럴씩 줄여 약속을 지키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려 다시 유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해양플랜트 발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오일메이저들도 기자재 값 하락, 기술 개발,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채굴단가를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50달러 이하까지 떨어뜨려서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양 자원개발 비용은 지난 2013년과 비교해 약 30% 하락했고, 이에 자원개발(E&P)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수준도 약 20% 낮아졌다"며 "스타토일사가 추진하고 있는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 유가 수준은 기존 배럴당 65달러에서 4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요한카스트버그를 필두로 셸의 봉가·뉴에이지 프로젝트, 셰브론의 우본 프로젝트 등 내년까지 발주가 예정된 해양설비가 줄을 잇고 있다. 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 해양플랜트에 이어 유조선·가스운반선의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땅 속에서 캐낸 원유나 가스를 운반할 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조선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수주 부진 여파가 이어지면서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10년 전 수준인 14조9561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수주한 물량을 실제 도크에서 작업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의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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