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4세 성추행 혐의 소아과 의사 무죄 확정…"정상적 진료 행위"

환자가 진료 행위 중 성적 수치심을 느꼈더라도 이를 꼭 의사의 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8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진료 중 14세 여학생 A양을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가정의학 전문의 김 모씨(4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 행위의 특성상 환자가 이를 추행으로 느끼더라도 이에 대한 판단은 엄격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김 씨의 진료 행위를 추행이 아닌 정상적인 진료 행위로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13년 4월께 인천의 한 소아과에서 변비 증상으로 내원한 A양을 진찰하겠다며 속옷 안쪽까지 불필요하게 손을 넣어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14세 여학생 2명의 체온을 측정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학생들의 무릎에 고의로 갖다 댄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 씨의 A양에 대한 진료가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하는 정상적인 진료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 상황에 대한 A양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김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다른 여학생 2명을 추행한 혐의에 대해선 "병원의 의자 구조와 팔다리가 짧은 김 씨의 신체 특성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진료를 하다가 일어난 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전문 감정위원의 소견 등을 반영해 A양에 대한 추행 혐의까지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진료에 필요한 행위였다면 환자가 다소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더라도 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