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곤혹스런 멕시코, 투자기업 뺏기고 기름값 폭등에 폭동까지
입력 2017-01-06 13: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로 멕시코가 폭탄을 맞은 듯 최대 피해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캐리어 포드 등 미국기업이 투자하려던 공장설립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는데 이어 공교롭게 정유기업 민영화로 인한 유가인상이 겹쳐 폭동까지 벌어지는 내우외환이 겹치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멕시코는 5일(현지시간)까지 시위와 약탈 등 소요사태로 300여곳의 상점이 약탈되면서 경찰관 한 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체포됐다. 일부 지역에선 폭도가 주유소를 습격해 기름을 약탈하는 등 심각한 양상이다.
정부가 에너지 부문의 규제 철폐 일환으로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을 자유화하자 휘발유값이 1주일새 20%나 폭등한 것이 시위에 불꽃을 당겼다. 특히 연료 폭등의 최대 피해자가 된 트럭과 택시 운전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른 휘발유값이 그들의 하루 일당과 맞먹기 때문이다.
유가인상이 불을 당기긴 했지만 멕시코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근 트럼프 당선 후 미국서 벌어지는 뉴스와 연관이 깊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부정적인 입장인 트럼프로 인해 협정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멕시코가 된서리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매일 가시화되면서 패닉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멕시코 페소화는 신흥국 통화 중 가장 두드러지게 폭락하면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또 미국 내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막고, 국경장벽 설치를 추진하는 등 멕시코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석유값 폭등으로 시위가 격화하며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멕시코 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멕시코가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어필하려 노력해왔던 정책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의 자동차업체 혼다는 멕시코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사정이 직접 밝혔지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추가 투자를 계획했던 도요타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었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2006년 조지 W. 부시 정권 때 통과된 남쪽 국경장벽 건설 법을 실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멕시코 국경을 따라 700마일(약 1130km) 이상의 물리적 장벽을 세울 수 있게 한 이 법은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법이 존재하는 만큼 예산조달만 되면 바로 건설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NAFTA 재협상을 통해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멕시코 경제의 70% 가량이 미국과 관련 있기 때문에 멕시코로서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페소화 하락을 막기 위해 멕시코 중앙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5차례나 인상했지만 역부족이다. 급기야 이날 멕시코중앙은행은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페소화 가치 지지를 위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다급해진 멕시코는 4일 신임 외무장관으로 트럼프의 후보 시절 멕시코 방문을 주도했던 루이스 비데가라이 당시 재무장관을 임명했다. NAFTA 재협상 등 트럼프와의 대화 파트너로 비데가라이가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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