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현대건설 외부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지난 4일 전격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이 발주처에 공사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대금, 공사 원가 추정치 등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했는지와 딜로이트안진이 현대건설의 회계감사를 잘 처리했는지를 각각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현대건설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지난해 3분기 말(연결재무제표) 기준 총매출액의 27%에 달하는 3조6088억원이다.
5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 현대건설에 "미청구 공사대금, 공사 원가 추정치 등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현재 대우건설 등에 대해 감리를 진행 중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최근 5년치 현대건설 감사 보고서의 감사를 담은 자료(감사조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 감사조서 제출 요청이 감리 착수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답하면서도 감리 일정, 배경, 방향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새해 벽두부터 현대건설을 향해 감리의 '칼'을 겨눈 만큼 금감원이 제보나 상시 감사 과정을 통해 회계처리와 회계감사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리 자체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해외 공사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을 연초부터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리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불거진 회계부정 사건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감원이 딜로이트안진에 요청한 5년치 감사조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2011년 이후 회계처리에 집중돼 있다.
40년간 '현대건설맨'으로 근무했던 정수현 사장이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지금까지 6년 가까이 현대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감리가 금감원이 지난해 말 강화하기로 했던 테마 감리 중 하나인 '수주산업의 공시 적정성' 감리의 첫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대표적 수주산업인 건설업종의 1위 기업 현대건설을 연초부터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얘기다. 테마 감리 차원이라면 금감원은 현대건설의 공사 진행률, 미청구 공사 등 중요 계약별 공시와 계약 원가, 공사손실충당금 등 영업 부문별 공시에서 회계처리가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3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현대건설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건설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시장은 이번 감리가 분식회계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의 2탄이란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외부 감사인도 딜로이트안진이다.
금감원이 이번 현대건설 감리를 신호탄으로 미청구 공사대금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에 대해 '도미노' 감리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미청구 공사대금 비중은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23%, 27%로 높았다. 대우건설의 경우 외부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에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고, GS건설은 2013년 GS건설 실적 공시 과정에서 벌어진 분식회계 논란으로 여전히 홍역을 앓고 있다.
물론 금감원은 이번 감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은 그동안 대형 건설사를 둘러싸고 있던 회계부정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현대건설의 회계처리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감리에 나선 것은 아니고 미청구 공사대금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의 회계 부문을 한번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미청구 공사대금 : 공사는 진행했지만 공사대금을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공사 계약 금액이 1000억원이고 당기 말까지 공사가 30% 진행됐다면 당기 말까지 300억원의 공사대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이보다 적은 금액을 청구했다는 의미다.
▷감리 :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이 작성한 기업 감사 보고서가 회계처리 기준과 감사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활동이다.
[홍종성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대건설이 발주처에 공사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대금, 공사 원가 추정치 등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했는지와 딜로이트안진이 현대건설의 회계감사를 잘 처리했는지를 각각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현대건설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지난해 3분기 말(연결재무제표) 기준 총매출액의 27%에 달하는 3조6088억원이다.
5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 현대건설에 "미청구 공사대금, 공사 원가 추정치 등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현재 대우건설 등에 대해 감리를 진행 중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최근 5년치 현대건설 감사 보고서의 감사를 담은 자료(감사조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 감사조서 제출 요청이 감리 착수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답하면서도 감리 일정, 배경, 방향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새해 벽두부터 현대건설을 향해 감리의 '칼'을 겨눈 만큼 금감원이 제보나 상시 감사 과정을 통해 회계처리와 회계감사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리 자체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해외 공사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을 연초부터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리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불거진 회계부정 사건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감원이 딜로이트안진에 요청한 5년치 감사조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2011년 이후 회계처리에 집중돼 있다.
40년간 '현대건설맨'으로 근무했던 정수현 사장이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지금까지 6년 가까이 현대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감리가 금감원이 지난해 말 강화하기로 했던 테마 감리 중 하나인 '수주산업의 공시 적정성' 감리의 첫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대표적 수주산업인 건설업종의 1위 기업 현대건설을 연초부터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얘기다. 테마 감리 차원이라면 금감원은 현대건설의 공사 진행률, 미청구 공사 등 중요 계약별 공시와 계약 원가, 공사손실충당금 등 영업 부문별 공시에서 회계처리가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3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현대건설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건설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시장은 이번 감리가 분식회계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의 2탄이란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외부 감사인도 딜로이트안진이다.
금감원이 이번 현대건설 감리를 신호탄으로 미청구 공사대금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에 대해 '도미노' 감리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미청구 공사대금 비중은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23%, 27%로 높았다. 대우건설의 경우 외부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에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고, GS건설은 2013년 GS건설 실적 공시 과정에서 벌어진 분식회계 논란으로 여전히 홍역을 앓고 있다.
물론 금감원은 이번 감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은 그동안 대형 건설사를 둘러싸고 있던 회계부정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현대건설의 회계처리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감리에 나선 것은 아니고 미청구 공사대금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의 회계 부문을 한번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미청구 공사대금 : 공사는 진행했지만 공사대금을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공사 계약 금액이 1000억원이고 당기 말까지 공사가 30% 진행됐다면 당기 말까지 300억원의 공사대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이보다 적은 금액을 청구했다는 의미다.
▷감리 :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이 작성한 기업 감사 보고서가 회계처리 기준과 감사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활동이다.
[홍종성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