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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하늘 "요즘 코미디에 관심이 안 가네요"
입력 2017-01-05 16:32 
영화 '여교사' 가진 것 하나 없는 비정규직 교사 役
"모멸, 굴욕감 제대로 느꼈죠"
"'여교사' 출연한다고 하니 남편 반응? '오~ 좋다'"
"사제간 사랑이 중심이 아닌 영화랍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의 '파격적인' 마지막 장면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너무 센 장면이라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통쾌했다"고 표현할 정도다.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영화의 결말은 아무래도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하늘은 "모멸감과 굴욕 순간의 끝까지 간 효주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에서는 더 모멸, 굴욕적으로 느꼈는데 순화된 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진짜 더 표현이 심했거든요. 효주의 끝까지 간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표현된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해요. 효주가 봤을 때는 혜영이의 젊고 예쁜 얼굴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굉장히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었죠."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만족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힘들기도 한 장면이었다. 전반적으로 효주의 감정이 이끌어가는 영화지만 김하늘의 유일한 액션신이 이 마지막 장면이다. 그는 "테이크를 많이 갔다. (유)인영씨가 발버둥치면서 제 다리를 다 긁어놨다"며 "아프기도 했는데 참으면서 계속 연기했다. 그 상황에 서로 고생했던 게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고 웃었다.
사랑만 받았을 것 같은 김하늘도 모멸감을 느껴본 적은 있을까. "안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저 작품이 나한테는 왜 안 들어 왔을까'부터 열등감이죠. '아직 난 갇혀있는 배우인가? 그럼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것으로 내 생각을 바꿔 열등감으로 이어지진 않아요. 질투도 마찬가지죠. 다른 배우가 예쁜 드레스를 입거나 예쁜 메이크업을 하면 '어디서 구한 옷이고 화장품일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질투는 아니에요. '나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관리를 잘 해야지'라고 긍정적으로 트레이닝하죠."
'여교사'는 김하늘의 변신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외관상 못생기고 늙어 보이기까지 한다. '로코 여신'이었으니, 팬들은 배신감을 느낄 정도다. 김하늘은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미소 지었다. "현장에서 제가 무슨 옷을 입어도 예쁘다고 해줬어요. 좀 더 패션 느낌을 다운시키라고 했는데 '효주가 거지도 아니고, 선생님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의상뿐 아니라 표정이 어둡고 무거우니 더 안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웃음)"
김하늘이 결혼 전 연애할 때 제의가 들어온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까지의 김하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현재의 남편은 뭐라고 얘기했을까. 실망하진 않았을까.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여교사'와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얘기했는데 남편의 반응은 '오~ 좋다' 였어요. 일반인이니 화면상 보이는 것과 시나리오를 말하는 건 달랐겠죠. 우려하진 않았냐고요? 제가 이미 신이 나서 얘기했으니까 좋아해 줬던 것 같아요."
김하늘은 지난해 시상식에서 드라마 '공항 가는 길'로 상도 받았다. 그는 "'공항 가는 길'의 수아로 받은 상이 의미가 새로웠다"며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해줄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너무나 많은 분이 응원해줬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인 메시지가 많았다. 그 때문에 힘이 났다. 시상식은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김하늘은 '여교사'를 향한 안 좋은 시선을 아쉬워했다. 그는 "영화 보고 나서는 아는데 그렇지 않고는 소재와 내용을 다른 쪽으로 오해할 수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난 효주라는 사람의 감정이 중요했지 사제간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대본을 선택하진 않았다. 재하를 향한 효주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짚었다.
"효주는 가진 것 없고 기댈 것도 없는 사람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기대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그것이었을 뿐인데…. 효주는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 가진, 정말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이잖아요. 친구도 하나 없었고요. 기댈 곳 없는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소용돌이 속으로 빠진 게 아닐까 해요."
김하늘은 결혼하고 나서 '코믹'의 이미지는 벗으려 하는 것 같다. 일부 인정한다.
"사실은 요즘은 코미디에는 관심이 안 가요. 20년 가까이 연기하며 그런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연기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여배우가 흥행할 수 있는 장르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앞으로 연기 생활을 오래 한다고 봤을 때 변화는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수치로 생각하면 나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겠지만 절 좋아해 주는 분들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제 다른 연기 톤에 손뼉을 쳐주지 않을까요? '여교사'도 첫날 개봉 성적이 그리 좋진 않은데 만족스러워요. 성적은 아쉽지만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효주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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