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국회 차원에서 개헌특위가 가동되는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여야는 이날 첫 전체회의에서 개헌의 범위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현재 정치권에선 어렵게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헌을 신속히 추진하려면 권력구조만을 놓고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헌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모든 걸 다 해결해야겠다고 하면 결론 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현안인 권력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 새로운 헌법 하에 선거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권력구조 등에 편중된 논의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이나 미래, 통일문제, 사회적 경제 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이번 개헌이 일회용 원포인트 개헌으로 귀착되지 않고, 30년간의 성찰과 반성 및 성과와 파악된 한계가 모두 반영되고 극복되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또다른 쟁점은 개헌시기다. 대선 전에 개헌작업을 마무리할지, 아니면 여야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대통령의 임기 내 약속을 이행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주영 위원장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5년 대통령 단임제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그 전에 개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특위의 첫 번째 임무"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오는 19일 국회에서 1차 공청회를 개최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민주당 '개헌보고서 파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개헌을 논의함에 있어 당리당략에 빠져선 안 되는데 모 정당에서 사실상 '개헌저지 보고서'를 냈다는 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도 "민주당에선 문건 파동도 있었고 야당이 논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건 조기 개헌을 안하겠다는 전략이 아니겠느냐"며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개헌특위 위원은 총 36명으로 새누리당 이철우·민주당 이인영·국민의당 김동철·개혁보수신당(가칭) 홍일표 의원이 각 당의 간사를 맡았다. 개헌특위는 ▲입법·집행부 권력구조 및 개헌절차 ▲법원·헌재 권력구조 및 정당·선거제도 ▲기본권 및 통일·경제 ▲지방분권 및 재정 등 크게 4개 소위로 구성돼 운영된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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