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동안 금서였던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지난해 독일에서 비판본으로 출판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일 AFP 통신에 따르면 뮌헨 현대사연구소(IfZ)가 지난해 1월 히틀러의 원본에 비판적 주석을 더해 출판한 '나의 투쟁 비판본'(원제 Hitler, Mein Kampf - Eine kritische Edition)은 현재까지 8만5000부가량 팔렸다.
지난해 '나의 투쟁'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오르내렸고 4월에는 비소설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4000부만 출판됐던 '나의 투쟁' 1쇄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출판사는 재인쇄를 거듭한 끝에 이번 달 말 6쇄 인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나의 투쟁 비판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출판된 히틀러 서적이다. 그동안 저작권을 갖고 있던 바이에른 지역 정부가 '나의 투쟁'의 출판을 전면 불허했기 때문이다. 2015년 지역 정부가 갖고 있던 저작권이 만료됐으나 독일 정부는 원본 출간을 일제히 금지했다. 다만 주석을 단 연구 비판본만 출판을 허용했다. 이에 연구소는 주석 3700개를 달아서 2권 분량의 비판본을 출간한 것이다.
독일에선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표식이 마찬가지로 금지돼 있어 출간된 비판본 표지는 별다른 디자인 없이 단순한 흰색을 띠고 있다.
히틀러는 '뮌헨 반란'으로 5년간 투옥됐을 때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는 나치 정책의 근간이 된 유대인 증오 등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히틀러 집권 당시 나치당 당원의 필독서로 총 1200만부 팔려나갔고 특히 나치당국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히틀러의 선전 자료나 다름없는 이 책이 수십 년이 지난 현시점에 다시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일각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그러나 대체로 책의 인기를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출판사 측은 히틀러의 사상을 홍보하거나 신나치에 새로운 선전 근거를 제시하려 한 것이 아니라며 일각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비르싱 IfZ 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독재주의적 정치사상과 우익의 정치 슬로건이 득세하는 시점에서 히틀러의 세계관과 정치선전을 살펴봄으로써 전체주의 사상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펴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소 측은 실제로 책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우파 급진주의자들이나 반동세력이 아닌 '정치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나 교육자'들이 주 독자였다는 점도 밝혔다.
독일에 이어 주변 국가에서도 '나의 투쟁 비판본' 출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구소 측은 좀 더 축약한 버전의 프랑스어판을 내놓기 위해 현재 번역 작업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