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라스베가스 도로서 타본 자율주행차 `깜짝 놀랄 수준`
입력 2017-01-04 17:11  | 수정 2017-01-05 09:59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자율주행차 번호판. 네바다주는 자율주행차 번호판을 별도로 만들어 일반차와 구분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 CES 2017 ◆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똑같다. 나보다 운전 실력이 나은 것 같다.(클로디아 크루즈, CNET 기자)"
"갑자기 사람이 도로로 뛰어들었는데 차가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멈춰섰다. 놀라울 뿐이다. (루카 시페리, 오토모티브뉴스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2017'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차가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가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연 행사를 가진 것이다. 외신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BBC 블룸버그 등 40여개 매체 50여명이 참여했다.
자율주행 시연은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주변 4.5km 도로를 순회하는 것이다. 일반 차량과 함께 다니는 길로 10여개의 횡단보도와 교차로, 비보호 우회전 등을 인지해 대처해야 한다. 사각지대가 생기기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어려워 하는 S자 모양의 굽은 도로도 지나가야 한다.
시승 차량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아이오닉 양산차와 외관은 큰 차이가 없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처럼 지붕에 '라이더(LiDAR,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레이더)'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이는 현대차가 현재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는 각종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라이더는 전면 그릴 아래와 안개등이 장착되는 부분에 각각 한 개씩 총 3개가 장착됐다. 사물을 인식하는 카메라는 룸미러 옆에 3개가 놓였다. 두 개의 레이더는 차 뒷타이어 펜더 안쪽에 좌·우 하나씩 들어있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센서는 차량 앞과 뒤, 옆에 고루 박혀 있다.

자율주행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게이트 호텔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옴과 동시에 자율주행 모드가 시작됐다. 현재 차량은 '크루즈' 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는 것으로 세팅됐다. 자율주행과 동시에 차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앞에 차량이나 장애물이 보이지 않은데다 최고 속도가 45마일(약 70km)까지 달릴 수 있는 도로였기 때문이다.
신나게 달리던 차량이 우회전을 하기 위해 사거리 앞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차량 운전석에 앉은 한지형 현대차 인간편의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운전할때도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신호를 보고 천천히 감속한다"며 "차량이 빨간불을 확인하고 이를 감안해서 속도를 늦춘 뒤 우회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가운데에 있는 6인치 크기의 스크린에서는 자율주행 관련 정보가 끊임없이 나왔다. 빨간불을 인식해서 정차하는 것,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인식하는 것, 왼쪽이나 오른쪽에 지나가는 차량도 스크린에 일일이 표시된다. 한지형 연구원은 "모니터에 주행 정보가 나와야 차가 제대로 인식하고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이 알고 안심하게 된다"며 "자율주행 초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우회전 또는 좌회전을 위한 차량 깜빡이도 자동으로 켜진다. 사람이 할 일이라고는 여유 있게 주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만 하면 된다. 2km 정도 주행했을 때 돌발상황이 나타났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횡단보도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길을 건너기 시작한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를 감지하자마자 바로 정지했다. 사람의 반응 속도보다도 더 신속히, 그리고 더 여유있는 안전거리를 두고 정차한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CES의 '단골 주연'이 됐다. 지난 2015년에는 아우디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까지 8시간을 자율주행으로 달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는 기아차가 쏘울 자율주행차를 선보였으며 올해는 현대차가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현대차가 도심에서 자율주행 시연을 하는 것은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자율주행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보험의 경우 회사가 연간 5만 달러의 보험료만 내면 대수에 상관없이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을 허용했지만 아직 보험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우리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일 예정된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 직접 등장해 현대차의 미래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과 함께 양산 로드맵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베이거스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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