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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사각지대 `양도담보대출 폭탄`…수천억 물린 2금융권 전전긍긍
입력 2017-01-03 17:51  | 수정 2017-01-03 20:01
동양생명 등 보험사와 저축은행이 6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휘말리면서 금융업계가 양도담보대출 리스크에 떨고 있다.
양도담보대출은 사실상 비제도권에서 이뤄지는 대출로 담보 등기가 필요 없어 대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힘든 데다 선순위 채권을 인정하지 않아 이번처럼 같은 담보로 중복해서 대출받을 경우 대출기관 간 담보물을 놓고 소유권 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회사들은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이고 양도담보대출이 집중돼 있는 2금융권에서는 유사 피해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육류담보대출로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사 14곳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동으로 꾸린 실사단을 현장에 파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일한 담보에 다중 채무가 걸려 있고 차주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으면 담보물 확인 자체가 안 되는 만큼 금융사들이 함께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공동 실사단까지 꾸릴 정도로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대출 규모가 5800억원에 달할 만큼 클 뿐 아니라 다중 채무 발생 시 피해 구제가 힘든 '양도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양도담보대출은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2금융권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주택이나 빌딩 같은 부동산 이외 물건인 육류, 해산물, 자동차 등 '동산' 담보를 매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동산담보대출과 유사하다. 양도담보대출은 육류·냉동수산물·곡물 등 등기가 힘들어 담보권을 설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1금융권이 다루는 동산담보대출은 담보물에 대한 등기가 용이한 공장 내 제조기계, 가축, 철근과 같은 원자재 등을 담보로 인정해 대출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대출보다 대출 위험이 작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금융권은 제도상 동산담보대출만 취급한다. 하지만 대출 장벽이 동산담보대출보다 낮다 보니 양도담보대출 규모가 이미 동산담보대출을 뛰어넘을 만큼 커졌다. 담보에 대한 등기가 필수적인 동산담보대출과 달리 양도담보대출은 등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금융권에서 이뤄진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3286억원으로 2014년 4501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줄었다. 반면 양도담보대출은 문제가 된 육류담보대출만 5800억원에 달하는데, 의류와 농축수산물 등 다른 담보를 통해 이뤄진 양도대출까지 합치면 대출 잔액이 7000억~80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리스크다. 육류담보대출처럼 하나의 담보에 대해 대출이 중복으로 이뤄지면 먼저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에 대한 선순위 채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대출을 해줬더라도 담보물건에 대해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서 회수할 수 있는 선순위 채권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육류담보대출과 같은 양도담보대출은 담보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금융사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뒤늦게 2금융권이 양도담보대출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등기부 등을 통해 담보물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동산담보대출과 달리 양도담보대출은 담보물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출이라 취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애매한 담보를 맡겨놓고 급전을 빌려왔는데 양도담보대출 채널이 막히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자금 경색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김태성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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