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연령 인하` 공식화한 문재인
입력 2017-01-02 16:58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연령 인하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대다수 야권 대선주자들도 선거연령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관련 선거법 개정안이 내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2일 신년하례 차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하고 있다"면서 선거연령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연령 인하를 놓고) 여야간 많은 협의가 있었는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결국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번 대선 전 선거연령을 OECD 국가 수준인 만 18세로 한 살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야 정개특위는 지난 19대 국회 때 선거연령 인하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각자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 의장도 문 전 대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선거연령 인하는 국회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될 사항"이라며 이르면 2월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정파적 이해가 엇갈릴 수 있어 교섭단체 간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선거연령 조정 관련) 여야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의장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론인 진선미 의원이 작년 11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은 선거 및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고, 투표시간을 현행 오후 6시에서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게 골자다.

나머지 야권 잠룡들도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는 기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8세로는 당연히 내려야 하고 17세까지 내려도 된다"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선거연령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 측 역시 "이번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고등학교 3학년들의 정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며 동의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도 "야권이 선거 연령 인하를 개혁 과제로 내건만큼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 개혁보수신당(가칭) 범여권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무래도 야당 지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젊은 연령층으로 투표권을 확대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확대할 경우 1999년생 총 61만4200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 간 표차는 57만여표였고, 1997년 대선 때 김대중·이회창 후보 간 표차는 39만여표에 불과했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연령 인하는 사실상 50만여표 이상을 야권에 헌납한다는 의미여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정 의장과 면담에서 이번 대선이 조기대선으로 치러질 경우 재외동포의 참정권이 제한되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행법에선 대통령 궐위로 치르는 보궐선거의 경우 재외동포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또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이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조기대선 전) 추진 가능한 과제들은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정 의장은 "보통 1월에는 국회를 안 열지만, 그런데도 4당 대표가 만나 1월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했다"며 "1월이나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요 입법을 성사시키자고 합의하기도 했다"고 화답했다.
다른 주자들도 이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시동을 걸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신년교례회 인사말씀을 통해 "행정부처의 분리, 의회·청와대와의 분리는 세종시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행정수도로서 세종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청와대·국회까지의 세종시 이전을 말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경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이 과거의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 평생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박 시장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불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오가는 상황에서 이날 박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 가도에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