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밑이 빠지는 병 `골반장기탈출증`, 40대 여성 10명중 3명 앓아
입력 2016-12-30 11:56 

60대 중반 김모씨는 오래 전부터 무거운 것을 들 때마다 계란만한 무언가가 질 밖으로 나오고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소변을 볼 때도 시원하지 않고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을 받아보니 '골반장기탈출증'이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이른바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데, 골반 안에 있는 자궁이나 방광, 직장 같은 장기가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 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자궁이 빠지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지면 방광류, 직장이 빠지면 직장류라고 분류하며, 주로 중장년 여성에게서 발생하고 출산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 여성 10명중 3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 중 여성생식기 탈출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만 1161명에서 2014년 2만3495명으로 약 10%나 증가했다. 또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가 골반장기탈출증이 있을 때 딸이 같은 질환을 얻을 확률이 무려 30%에 달해 유전적인 원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은 대개 초반에는 밑이 빠질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이 드는 정도이지만, 심해지면 질 쪽에 덩어리가 만져지며 보행에 불편을 초래하거나 질과 자궁경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배뇨곤란, 요실금, 빈뇨(자주 소변이 마려운 증상)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일반적으로 누워 있는 자세에선 증상이 완화되고, 오후 시간에 오랫동안 서 있는 경우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증상을 보인다.

치료방법으로는 크게 비수술과 수술요법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골반저근육운동과 같은 물리요법과 페서리 삽입 등이 있다. 페서리(pessary)는 질 안에 넣는 지지물이며 자궁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막거나 질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수술적 방법으로는 탈출된 장기에 따라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복식, 골반경)과 질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질식)이 있다. 그 중 질성형수술법은 특수 레이저를 이용해 질 구조와 질 속 근육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자궁적출 없이 자궁탈출 치료가 가능하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막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항문 조이기 운동인 케겔 운동을 습관화해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골반장기탈출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조영열 조은여성의원(잠실)원장은 "골반장기탈출증 환자 대부분이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할 경우 질 점막과 자궁에 염증이 생기고 점막이 벗겨져 궤양성 출혈이 생길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다"며 "폐경 전 젊은 여성은 질성형수술을 통해 자궁적출 없이 자궁을 보존하면서 자궁탈출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