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권 잠룡, 故 김근태 추모식서 개헌·대통령 임기 놓고 격돌
입력 2016-12-29 16:36 

야권 잠룡들이 29일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5주기 추모식에서 개헌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을 놓고 맞붙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특정해 임기단축을 말하는 것은 촛불민심과도 맞지 않고 다분히 정치공학적 이야기"라며 "지금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 지금 임기단축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개헌을 매개로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정치공학'으로 규정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임기단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3년 임기단축을 말한다면 다음 정부는 그야말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하기 위한 과도정부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며 임기 단축 논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추모식에서 "정당과 개헌은 선거 한 번 이기고 지려고 손댈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개헌은 국민과의 계약서인데 국민과 어떻게 논의할지 내용도 거론하지 않고 다음 번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하자느니, 개헌을 위해 당장 사람들이 모이자느니 하는 건 제가 볼 땐 다 대선을 위한 정략"이라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전날 광주에서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새 시대를 향한 진보의 가치를 속시원하게 내놓지 못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기자들이) 문 전 대표 관련해서 하도 물어보니 제가 더 열심히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자꾸 제 말씀을 문 전 대표와 비교해 싸움 붙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역시 전날 안 지사 발언에 대해 "우리가 힘을 모으기에 앞서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경쟁을 통해 힘을 키우고 외연을 확장한 뒤 경쟁이 끝났을 때 다시 하나가 되는 협력적 경쟁을 해낼 것"이라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자신에게 날을 세우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의 큰 자산이다.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만큼 무슨 말씀할 때마다 (기자들이) 질문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야권 잠룡 중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겨냥해 "호헌은 수구파의 논리"라며 거세게 맹공했다. 손 전 대표는 추모식에서 "지금은 '이게 나라냐'는 것으로 나라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 광장의 민심"이라며 "촛불민심은 과거의 적폐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것으로 6공화국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으로 가자는 게 민심의 근저에 담겨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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