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2조3000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이란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 글로벌 건설사가 수주한 첫 사례이며,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대림산업은 29일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한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에 대한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2조3036억원으로 대림산업이 단독 수주했다. 본계약은 내년 1월 중 체결할 예정이며 공사 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EORC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이스파한에 추가 정유설비를 지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이번 수주가 설계, 기자재조달, 시공뿐 아니라 금융조달까지 책임지는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시장 공략이 건설사들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새 전략으로 '금융조달'이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파한 프로젝트에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파이낸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수주를 지원할 수 있도록 250억 달러(약 30조 원)의 대규모 금융패키지를 마련해 둔 상태다. 대림산업과 이란 국영기업·민간사업주 간 오랜 신뢰관계도 이번 수주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대림산업은 1975년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이란 사업을 시작했고 경제제재 기간에도 현지 지사 인력을 유지하며 '의리'를 지켰다. 대림산업은 이란을 남북으로 잇는 53억 달러(약 6조36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 사업도 양해각서(MOU)를 맺은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정유, 천연가스는 물론 다양한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추가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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