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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테슬라·알파벳…개미들, 美4차산업株 대거 담았다
입력 2016-12-26 20:55 
◆ 급변하는 재테크 / 매수종목 살펴보니 ◆
해외기업에 직접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코스피가 1800~2100 사이를 오가는 답답한 박스권 장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데 한계에 이르자 장기적 관점에서 실적과 성장성이 유망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글로벌 우량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매일경제와 한국예탁결제원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상장지수펀드 제외)을 분석한 결과 IT와 인터넷 관련 업종이 50%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비자를 가장 많이 거래했다. 올해 거래 금액만 2억4600만달러다. 비록 비자의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지만 지난 2월 8일 52주 최저가(66.12달러)를 기록한 이후 큰 흐름에서 우상향을 보여주면서 하반기에는 5%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파트너스는 최근 지난 10월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던 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다시 '매수'로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89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당 78~79달러에 거래 중인데 주가수익비율(PER)이 두 달 전 25배 수준에서 최근 20배 수준까지 내려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인터넷,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애플은 1억달러 이상 거래됐고, 테슬라와 아마존도 모두 8000만달러 이상 거래 대금을 기록했다. 애플은 올해 주가는 7%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26% 이상 급등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맞물린 게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아이폰7플러스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내년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의 외형적 변화를 통한 교체 수요가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내년 영업이익은 600억달러를 기록하며 올해(추정치 580억달러)보다 2.2% 늘어날 것으로 대신증권은 예상했다.
아마존도 실적주로서 올해 10% 이상 주가가 올랐다. 블룸버그는 내년 아마존 실적이 올해보다 23% 늘어난 168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도 77억달러로 75%의 연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에서 판매되는 품목을 물류창고에 입고한 후 포장·배송 과정을 담당하는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하면서 오프라인 물류시장까지 장악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주가가 무려 220% 올라 미국 주식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1위 그래픽카드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최근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분야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후강퉁에 이어 올해 선강퉁까지 열리면서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직접투자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예탁원이 올해 후강퉁에 직접투자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핑안보험(1960만달러)을 가장 많이 담았다. 핑안보험은 중국인수보험에 이어 중국 내 2위 점유율 보험사다. 최근 JP모간은 중국 보험주들의 내년 순이익이 올해 대비 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핑안보험을 유망종목으로 꼽은 바 있다.
다음으로 항서제약과 중국국제여행을 1500만달러 이상 사들였다. 항서제약은 신약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국제여행은 중국 최대 여행사로 여행사와 면세점을 운영하며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국유기업으로 영업망,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내몽골이리산업, 정주우통버스, 항생전자, 상해국제공항, 디마산업, 상해자화 등도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1000만달러 이상 순매수한 종목들이다.
해외 직구족의 증가는 국내 우량주와의 수익 비교를 통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 주식 투자 상위 10곳의 연초 대비 22일 현재 평균 수익률은 32.7%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의 수익률은 17.8%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초 이후 40%대 수익률의 고공 행진을 한 덕분일 뿐 삼성전자를 제외한 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국내 시장에서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추가 수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해외 유명 기업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채종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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