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우려 높아지는데…외면받는 보증금 반환 보험

내년 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주인이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버티는 통에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뒤늦게 전세 보증금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알아봤지만 입주 후 10개월까지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 우려로 집값 상승세가 꺾인 데다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전세 보증금 반환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등 두 개 상품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11월까지 가입건수는 HUG가 2만5935건, SGI서울보증은 2만8550건으로 총 5만4485건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이뤄진 전세계약은 총 155만5000여 건에 달해 전체 계약자의 3.5%만이 보증금 반환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입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두 보험 모두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액이 60% 이하인 경우에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감안할 때 보험료가 높다는 점도 가입자들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HUG의 경우 연간 보험료는 보증금의 0.15%다.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인 3억7906만원을 대입하면 연간 56만원가량의 보험료가 나온다. 매달 4만7000원 수준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