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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패신저스’, ‘휴먼SF’ 꿈꿨지만 과유불급 블록버스터 로맨스
입력 2016-12-26 17:31  | 수정 2016-12-27 08:5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결국 충만한 삶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부와 권력, 명예나 성공이 아닌 ‘사랑이었다. 절망에 빠진 두 남녀는 서로를 위해 살아남았다. 포기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던 그 지옥 같은 공간은 ‘사랑으로 인해 행복한 터전이 된다.
감독은 모두가 잠든 공간에서 돌연 깨어 난 두 주인공의 혼란과 선택을 통해 ‘행복의 조건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유불급이다. 인간이, 인간의, 인간을 향한 가장 인간적인 ‘휴먼SF를 표방했으나 통쾌한 액션도 흥미로운 SF도 아니었다. 감동적인 휴머니즘도 공감 가는 로맨스도 아닌 몸집만 거대한 부담스러운 로맨스가 돼버렸다.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크리스 프랫 주연의 영화 ‘패신저스가 26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의 배경은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 안이다. 여기엔 새로운 삶을 꿈꾸는 5,258명의 승객이 타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은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 갈 때쯤 이들 사이의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때마침 우주선 내 치명적인 결함마저 드러나 돌연 재난 극으로 변모한다.

물론 섬세한 터치로 완성된 ‘아발론 호의 미장센이나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에는 이견이 없다. 진취적이고 과감하며 논쟁의 소지가 있을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롭지만 결정적으로 이를 의도대로 완성시키진 못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단 두 명의 출연진으로 꾸며진 로맨스엔 과한 설정이다. 재난 극으로 보기에도, 완전한 SF로 보기도 어색하다. 주인공이 깨어나 또 다른 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완성시키기까지 개연성은 떨어지고 논란의 여지도 적지않다.
물질적인 가치,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이나 현실의 소중함을 모르는 각박함 등 현대인들의 행복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건들긴 하지만 깊이 있게 다루진 못한다. 메시지를 강조하지만 방대한 스케일을 소화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형태가 돼버렸다.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패신저스는 할리우드 대작이 지닌 전형적인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졌지만, 아쉽게도 장점은 살리지 못했고 단점은 더 도드라졌다. 흥미로운 소재를 골랐지만 전개는 전형적이고 결말은 억지스럽다.
결국 많은 요소들에도 불구, 116분의 러닝타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위대한 사랑의 힘을 그렸지만 깊은 여운과 감동 보다는 아쉬움이 더 강하게 남는다.
오는 4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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