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의 내년 주택시장은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잔금대출규제 시행, 금리인상, 입주과잉 등의 악재로 녹록지 않은 분양 환경에서도 일반분양분은 올해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총 5만4335가구(임대, 뉴스테이 제외)다. 이중 일반분양분은 총 2만4858가구로 이는 이는 올해(일반분양 1만6237가구) 대비 53.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 일반분양물량(2만4858가구)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6.4%(2만1474가구)에 달한다. 정비사업 중 재개발을 통해 일반에 분양하는 물량은 1만2603가구로 재건축보다 348가구 많다.
몇 년간 분양시장 열기를 주도한 재건축보다 재개발 물량이 많은 이유는 사업추진이 활발해진 이유도 있지만, 당초 올해 예정된 사업장 상당수가 철거, 멸실 지연 등으로 불가피하게 분양시기를 늦췄기 때문으로 주택업계는 분석했다.
정부는 11·3대책을 통해 사업구역 내 기존건축물을 100% 철거를 완료한 뒤에만 주택도시보증(HUG)의 분양보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보증 요건을 강화했다. 사업자들의 무리한 사업추진을 방지해 공급쏠림 현상을 방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비사업 조합과 각 건설사에 따르면 11·3대책 이후 전국 11개 정비사업장(1만1020가구)는 최대 내년 4월 말까지 분양일정을 연기했다. 이들은 당초 11월~12월초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100% 철거 이전까지는 분양승인을 받을 수 없도록 관련 규칙이 변경되면서 사업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분양연기 정비사업은 6곳이 서울지역에 집중돼 있다. ▲염창1 재건축 ▲미아9-1 재건축 ▲사당2 재건축 ▲신길5 재개발 ▲응암10구역 재개발 ▲마포로6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5809가구(조합원물량·임대아파트 포함)에 달한다.
내년에 분양에 나선다고 해도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해를 넘긴 이들 단지는 잔금대출 규제 등 8·23대책 후속조치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잔금대출에도 소득심사 강화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는 주택수요자는 청약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이미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측면까지 더해져 그동안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전반적인 아파트 청약 및 계약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이들 정비사업장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서울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에 있어서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특히 최근 2년여간 분양시장의 호조로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들의 속도가 빨라져 내년에도 다양하고 입지여건이 좋은 정비사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지고 대출, 전매도 어려워지는 만큼 사전에 준비 없이 청약을 해서 당첨이 취소되는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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