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일본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햄버거 체인점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은 지난 7월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국내 첫 점포를 열었다. 오픈 첫 날 폭염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긴 줄을 세오는 이변을 연출한 뒤 지금까지도 하루 평균 3000개 이상의 버거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쉑쉑버거가 국내 1호점을 연 곳은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테헤란로가 아닌 강남대로 신논현역 부근이었다. 햄버거가 바쁜 직장인들이 손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매뉴이기 때문에 테헤란로에서 가장 먼저 점포를 열 수도 있었지만 쉑쉑버거는 테헤란로 대신 ‘젊은이의 거리 강남대로를 선택했다.
강남대로의 인기는 스포츠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언더아모 등 글로벌 브랜드는 경쟁하듯이 플레그십 스토어 형태로 신논현역~강남역 일대에 들어서고 있다.
안 그래도 잘나가던 강남대로가 더욱 뜨거워진 것은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의 허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강남과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이 개통됐다. 판교·분당·광교·용인 등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출발한 노선버스 상당수는 경부고속도로 반포IC를 빠져나와 신논현역을 거쳐 강남역을 경유해 다시 빠져나간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면 김포공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바로 강남대로 신논현역까지 올 수 있다”며 강남대로는 외국인까지도 흡수하는 관광명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상무는 강남대로는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소비성향이 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최고의 상권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테헤란로는 입주해있던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성수 등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오피스 중심지라는 과거의 영광이 퇴색하고 있다. 이 상무는 직장인들은 일하느라 바빠 오피스 주변에서 소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강남대로에는 대학생이나 관광객 등 비근로자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구매력 측면에서 테헤란로는 강남대로를 당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의 격차는 빌딩 매매가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강남역 부근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뉴욕제과 건물은 토지 3.3㎡당 5억1700만원에 팔려 국내 빌딩 거래 역사상 평당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테헤란로에 인접한 빌딩은 가격을 잘 받아야 토지 3.3㎡당 2억원 전후이다.
임대료 차이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종합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인 젠스타에 따르면 지난 11월 강남대로 주변 빌딩의 3.3㎡당 환산임대료는 12만1467원으로 테헤란로 주변 빌딩 12만166원보다 1301원 비쌌다. 2015년 1월만 해도 강남대로 빌딩과 테헤란로 빌딩의 환산임대료는 각각 11만9853원, 11만9138원으로 715원 차이가 났지만 1년 10개월만에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환산임대료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비용의 총합을 의미한다. 보증금운용이익·월임대료·관리비를 합해서 구한다.
전문가들은 강남 중심거리가 테헤란로가 아닌 강남대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서울 강남권의 위상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제 강남은 오피스 중심지에서 소비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실률은 테헤란로가 강남대로보다 낮다. 테헤란로 주변 빌딩이 5.6%, 강남대로 주변 빌딩이 7.5%다. 이 때문에 여전히 테헤란로가 강남의 중심 거리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승상 젠스타 연구원은 강남대로 상권이 주로 강남역 인근에 집중돼 있다면 테헤란로는 강남, 역삼, 선릉까지 비교적 긴 거리에 걸쳐 굵직한 빌딩이 줄지어 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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