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산타마을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경상북도 봉화군 분천역이라는 기차역은 역 자체가 산타마을로 단장돼 있다. 역과 그 인근을 아울러 눈썰매장, 산타카페, 산타시네마, 산타갤러리 등 산타와 관련한 시설들을 마련해놓고 관광객을 부른다.
분천역은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다. 영주에서 기차로 1시간쯤 더 들어가야 하는 꽤 외진 곳이다. 분천역에 가려면 색다른 관광열차인 백두대간 탐방열차를 타면 된다.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를 순환하는 관광열차인 오트레인(O-train)과 브이트레인(V-train)을 산타마을로 가는 산타열차로 단장했다. 오트레인은 서울에서 하루 한 번 오전 8시 20분에 출발해 오후 13시 01분 분천역에 닿는다. 동대구역이나 부산 부전역, 정동진역 등에서도 분천역까지 가는 무궁화호를 탈 수 있다.
분천역은 역사 내부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몄다. 난로와 그 곁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산타 복장을 한 역무원과 대합실 나무의자 등이 친근하다. 잠시 몸을 녹이고 쉬어 가기 좋은 장소다.
역사 바로 옆에는 역시 아기자기하게 장식해놓은 산타갤러리와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산타시네마가 있다.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놀기 좋은 장소다. 각자 소망하는 일을 엽서에 써서 산타에게 가는 산타우체통에 넣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역사를 나오면 곳곳에 대형 트리와 눈사람, 루돌프가 끄는 산타마차 등이 분천역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나주의 작은 시골마을 이슬촌, 이곳의 크리스마스 풍경도 유명하다. 정식 명칭은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이지만 일교차가 심해 아침마다 풀잎에 이슬이 잘 맺힌다고 해서 이슬촌이라 불린다. 요새는 이슬촌이라는 이름보다 크리스마스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더 유명하다. 마을 입구 담벼락에 그려진 산타 벽화도 마을의 정체성을 엿보게 한다. 심지어 카페는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 카페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2007년 농가소득 증대와 차별화된 마을축제 개발을 목적으로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었던 것이 해마다 규모가 커진 덕분이다. 작년에는 축제 기간 동안 5천명 이상 인파가 몰렸다.
이슬촌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환경적 여건과 주민들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마을 한복판에 나주 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인 노안성당이 있는데,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곳에서 트리를 만들고 성당 주변을 꾸미던 것이 지금의 축제로 발전했다. 주민의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였기에 이러한 지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슬촌은 ‘국내 최초 마을 단위 크리스마스 축제 개최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10회를 맞는 2017년부터 이 축제를 나주시 대표 겨울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해피크리스마스 축제는 ‘크리스마스 빛축제라는 이름으로 12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이슬촌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의 중심은 역시 노안성당이다. 1894년 박해를 피해 서울에서 피신 온 정락이 이곳에서 약방을 운영하며 주민들을 하나 둘 씩 전도하다 계량 공소를 세운 것이 노안성당의 시초다.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2002년 등록문화재 44호로 지정됐다. 건물 테두리를 따라 전구를 두른 노안성당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의 집처럼 환상적이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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