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운전면허 취득 후 바로 운전하는 비율이 낮아 장롱면허가 많고 초보운전 첫 해 사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처럼 초보 때 운전습관이 향후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22일 ‘초보운전자 사고감소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09~2015년 발생한 현대해상 사고 317만4092건과 운전자 300명의 설문조사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조사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운전하는 비율은 36.4%에 그쳤다. 운전면허를 딴 10명중 6명 이상은 상당기간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라는 얘기다.
도로교통법에는 초보운전자를 ‘운전면허를 처음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의하지만, 연구소는 장롱면허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경력이 2년 이내인 운전자를 기준으로 초보운전자의 사고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초보운전자는 운전 첫 해 사고율이 가장 높고 운전 시작일부터 100일 사이가 가장 위험한 시기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가입년도를 기준으로 사고율을 보면 운전 첫 해 39.6%로 가장 높고 경력이 늘어가면서 차츰 안정화 경향을 보였다.
운전 첫 해 사고를 운전경과 일수별로 구성비를 보면 30일 이내가 16%, 100일 이내가 41%로 높게 나타났다.
초보운전자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사고유형은 정면보다는 측면충돌사고였다.
연구소가 운전자의 시선변화를 통해 사고원인을 측정할 수 있는 특수장비 아이 트랙터(Eye Tracker)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초보운전자는 시야폭이 18도로 좁고 좌우를 살펴보는 시간은 전체 주시시간의 8.6%에 불과했다. 이는 경력운전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초보운전자에게서 정면보다 측면충돌사고가 많은 이유다.
아이 트랙터는 운전자의 시선을 분석하는 장치로 얼마나 넓은 곳을 보는지, 한 곳을 얼마나 오래 보는지 등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초보시기의 운전습관은 향후 안전운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소가 현대해상(2009~2010년)에 가입한 초보운전자(5007명)를 대상으로 초보운전 첫 해 사고 그룹과 무사고 그룹으로 나눠 향후 5년간 사고 경력을 추적 조사한 결과, 초보운전 첫 해 사고 그룹의 운전자 사고율이 15.6%포인트 더 높았다. 운전자 300명 대상 설문에서도 운전자의 66.2%가 초보시기의 운전습관이 향후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초보시기의 올바른 운전습관을 형성하게 하는 것은 향후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는 만큼 초보시기의 교육과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우리나라는 장롱면허가 많아 실질적인 초보운전자의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초보운전자의 법적 정의를 면허취득일 기준에서 실제 운전시작일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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