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대권 도전 의지 밝혀…"국가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입력 2016-12-21 11:06 
반기문 / 사진=연합뉴스
반기문, 대권 도전 의지 밝혀…"국가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오는 31일로 10년간의 유엔 생활을 마무리하는 반 총장은 "1월 중순께 귀국해서 국민의 의사를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면서도 "국가에 도움된다면 한몸 불사르겠다"는 말까지 동원해 가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반 총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마지막 언론 접촉이었습니다.

다음은 모두 발언 및 일문일답입니다.


--모두 발언.

▲ 10년 임기 마무리하느라 두 달 전부터 바쁘게 지냈다. 몸은 피곤하지만, 국제사회에서 10년 노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뿌듯하다.

10년간 발전된 한국의 위상이 사무총장 직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국민의 따뜻한 성원이 아니었다면 10년에 걸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원국과 시민단체가 특별히 인정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보내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10년 기간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세계적인 변혁기였다.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엔 책임자로 안보, 경제, 사회, 보건 등 특히 인권보호에 대응했다. 11월 4일에 발효된 파리기후변화 협정과 2030지속가능개발목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콜롬비아 내전 종식과 미얀마의 민주화 발판을 만들어 항구적인 평화의 길로 가게 한 것도 보람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과격한 테러와 인종 분쟁 확산 등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청년 실업, 고령화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국제사회 당면 과제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치지도자나 시민단체에서 어떻게 기후변화나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정책에 잘 반영해서 국제사회와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귀국 앞두고 한국의 상황을 보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촛불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면서도 평가하고 있다. 민주적 헌정 질서에 따라 문제를 극복해서 우뚝 서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슬기와 단합으로 극복한 지혜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귀국해서 마음이 무겁다. 한국 공직자로서의 경험, 유엔 사무총장으로 경험 등을 살려서 이제는 한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10년간 마라톤 경기로 보면 100미터 뛰듯이 달렸다. 후임 사무총장에게도 인수인계 잘 하고 있고 퇴임 후에도 차분히 생각 가다듬고 국민께 감사 인사 드리고 폭넓게 의견 수렴하는 기회를 갖겠다.

-- 새누리당 입당해서 재건하고 분열 치유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

▲ 고국이 처해 있는 어려움 감안하고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보조를 맞춰 가면서 안보도 확고히 하고 경제 사회 발전하려면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선정(善政)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 느끼고 있다. 사회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개인적으로 많은 요청을 듣고 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 것인지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서울의 정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 귀국해서 각계 지도자 만나보겠다. 국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은 현재 정치를 하고 계신 분에 대한 여러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러분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반 총장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를 배신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국민이 선정의 결여에 대해 배신감 느낀다고 한 것은 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촛불은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본다. 신뢰가 없었다면 사무총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밑에서 일하기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가 없었다. 생면부지다. 저를 외교 보좌관으로 발탁하고 외교장관, 유엔 사무총장까지 되게 도와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묘소에 참배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는, 사무총장으로 있는데 그것도 어렵다. 2011년 부산 국제회의 때 참배를 했다. 권양숙 여사와도 얘기하며 조의를 표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매년 새해가 되면 권양숙 여사께 전화를 드렸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전직 국가원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했다. 배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중간지대론에 대해서는.

▲ 저를 완전히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시는데 아직도 11일 임기가 남아 있다. 대외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미력한 힘이지만 어떤 계기가 되던지 국가의 발전을,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하면 몸 사리지 않을 것이다. 건강이 받혀주는 한 국가를 위해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는 아직 잘 모른다. 현재 서울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복잡하고 정치도 잘 모른다.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고 많은 세계 지도자 만나서 잘 알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국민이 원하면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 유엔 사무총장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귀국후 각계 국민들 만나서 말씀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다.

--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 데 대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 질문에 공감한다.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북한 방문해서 북한 최고 당국자와 협의를 해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화해 도모해서 통일로 가는 기반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노력을 했고 채널도 유지해 가면서 이야기해 왔다. 세 번에 걸친 방문기회가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 관계를 보면 이유를 잘 알 것이다. 북한 당국이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지만 한국 출신이라는데 신경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당국이 한국 외교관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저와 접촉한 것은 사무총장으로서 존경했기 때문이다. 민간 신분이 되면 지금보다 제약이 있겠지만,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누차 말씀을 드렸지만 북한만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북한이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은 어떻게 되나.

▲ 지난 번에 10여분 통화하면서 만나서 여러 문제를 협의하자고 했을 때 대단히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 이후에 면담일정을 통보 받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아베 일본 총리 만난 이후에 어떤 국제 지도자도 만나지 않고 있다. 내년 1월20일까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외국 지도자 안 만나는 것으로 추측한다. 그 이전에 관련 인사나 단체를 통해서 한미 안보의 중요성이나 기후변화, 유엔과 미국의 협조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임기가 10여 일 남았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것이다.

--새마을운동을 대단히 좋게 평가했는데, 국가 차원을 넘어서 할 생각은.

▲ 새마을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농촌사회의 국민의식도 개조하면서 지역도 발전시키는 광범위한 사회적 운동이었다고 국제사회가 평가한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 특별한 지도자를 찬양한 것은 아니고 제가 보고 느낀 것을 말씀을 드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에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 전수해 달라고 했다. 개발도상국가들이 배우고 싶어한다. 정상외교를 통해서 하면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외교 지도자로서 기여할 생각은.

▲ 열린 마음이다.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 기여할 수 있다면 참여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제가 자라고 태어난 곳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일도 겸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에는 어떤 지도자상이 필요한가.

▲10년 하면서 많은 정상 만났다. 정확하게는 기억 안 나지만 1년에 국가 정상 300∼400명 만났다. 전화통화도 300∼400번 한다. 많은 나라를 방문했다. 계산해 보니 150여 개국 방문했다. 실패한 지도자에게 우선 국민의 염원과 고충을 진솔하게 소통하라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정치인이 정파적 계층적 이해관계 내려놓고 민족 전체를 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모든 이해 당사자와 포용적으로 대화해서 해결책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해야 진정한 지도력이 나온다.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뜻밖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이렇게 되니 상당히 민망하다. 다른 지도자들이 한국상황을 물어보면 한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위기가 많았고 국민이 단합해서 슬기롭게 현명하게 극복했다고 말한다. 한국이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귀국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으로 귀국한다. 자랑스럽게 돌아가서 국제사회에서 환영받고 찬사도 받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가슴이 무겁다.

--한국의 리더십은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성공한 리더십은 있나.

▲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것은 아니고. 수백만 국민이 그들의 희망, 염원, 분노를 나타냈다고 본다. 정치 지도자, 사회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을 해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19도 거쳤고 광주민주화항쟁, 6월 항쟁도 거쳤다. 32년 군사독재도 거쳐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부를 세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적폐가 쌓여 있다. 이런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같이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비박, 친박이 무슨 소용인가. 저는 저 자신을 낮추고 사적인 생활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로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뛰었다. 능력 부족으로 다 성취하지는 못했다. 저는 비판과 칭찬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계층과도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

--귀국 일정은.

▲1월 2일이나 3일까지 현재 관저에서 있다가 잠시 생각도 하고 휴식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 보이는 데서 쉴까 생각 중이다. 여러 할 일이 있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정 때문에 개인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생각할 여유를 갖고 중순쯤 귀국할 것이다. 귀국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귀국하면 박 대통령 만날 계획인가.

▲현재 상황에서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에서 총리에게 권한을 맡겼으니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에게 귀국 신고할 것이다. 그 전에 국립묘지 참배하고 아버님 산소와 어머님에게 귀국인사 드릴 것이다. 그 이후에 일정을 잡아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들어보도록 노력할 것이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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