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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만든 ‘기묘한 결과’…양현종 계약 뜯어보기
입력 2016-12-21 06:00 
양현종(사진)이 KIA와 1년 단기계약을 맺었다. 양 측 모두 잔류라는 명분을 안고 협상했기에 나온 특이한 형태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뜻밖이다. 또 이례적이고 기묘하다. 양현종(29)과 KIA 타이거즈의 다소 특이하면서도 어려운 계약은 대의명분과 실리라는 고민 속 이색적인 조율로 풀이된다.
FA 투수 최대어였던 양현종이 원 소속팀 KIA와 계약을 맺었다. 지지부진했던 협상 끝 결론. 그런데 내용이 특이하다. 통상적인 4년 계약이 아닌 1년간 22억 5000만 원의 단기계약과도 같은 형태가 됐다. 당연히 100억 이상의 매머드 급 계약은 이뤄지지 않게 됐으며 이로 인해 계약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각종설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만 살펴보자.
•우선 양현종은 내년 시즌도 KIA 유니폼을 입고 뛴다. 또 그는 22억 5000만 원(연봉 15억 원+계약금 7억 5000만 원)을 받게 된다.
•양현종이 KIA 잔류를 원하면 시즌 후 재계약 협상을 가진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처럼 해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최소 3시즌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시즌 후 구단은 양현종이 원할 시(구단 의사 상관無) 그를 보류선수 제외(방출) 등의 수단을 통해 자유로운 신분으로 만들어준다. 이 경우 양현종은 국내 타 구단 및 해외(MLB, NPB) 구단과 자유로운 계약이 가능하다. 다만 국내구단과 계약 시에는 FA 계약이 불가하다. 추가로 3시즌을 더 뛰어야한다.

의문점이 생긴다. 왜 이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이 탄생했을까. 이는 양현종과 KIA 양 측이 잔류라는 명분을 안고 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결론이 이미 도출된 상태서 과정을 맞추다보니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기이한 형태로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양현종은 대외적으로 KIA 잔류를 천명하며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가치를 높인 상태였다. 타 구단 이적은 후폭풍도 거세고 스스로도 원하지 않았다. 또 이미 해외진출은 자의 반 타의 반 타이밍이 지나간 상황. 그러나 충성심만 가지고 그간 쌓아온 성과를 포기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계약을 할 수는 없었다.
KIA는 현실적으로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돈(나지완 40억, 최형우 100억)을 쓰기로 정했다. 기존 대형계약(김주찬, 이범호, 윤석민)도 남아있다. 외인투자(헥터 170+팻딘 90+버나디나 85만불)도 적지 않다. 그 어떤 팀보다 간절히 양현종 잔류를 원했지만 실탄이 부족했다.
양현종(사진)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법한 결과. 그렇지만 내년 이후 또 다른 선택의 여지는 남겨두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양 측의 이런 입장차는 평행선을 내달렸고 급기야 결별, 타 구단 이적 등 이야기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양 측은 이미 정해진 결말에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양현종은 단기계약을 통해 내년 이후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각종 선택지가 있으나 핵심은 변수발생 시 자유의지로 시즌 종료 후 해외(혹은 국내) 이적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련이 남은 해외진출을 다시 준비할 수 있게 됐으며 또 한편으로는 이 카드를 KIA와 재계약 협상 전 유리한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KIA는 에이스유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양현종을 잡지 못했다면 에이스를 놓쳤다는 거센 비난 속 내년 시작도 전에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불 보듯 했다. 실리적으로도 마운드 강화로 내년 대권도전에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또 결정적으로 양현종과 대형계약을 피하며 과도한 투자(이를테면 최형우와 함께 두 명의 100억 대 선수보유)로 인한 여론악화 및 운영상 리스크를 줄였다.
어떤 관점에서는 허무하기도, 또 다른 관점에서는 기묘한 이번 양현종의 단기계약은 분명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확실한 한 가지는 양 측 모두 팀이라는 강한 대의명분 속 이에 충실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명분과 실리, 또 충성심과 현실성의 묘한 경계가 조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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