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20일 뉴스초점-'당장 가면을 벗어라'
입력 2016-12-20 20:31  | 수정 2016-12-20 21:01
오늘은 몇 장의 사진으로 얘기 해볼까 합니다.

제목은 '가면놀이'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찍지 마세요'입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인 지난 7월, 자신을 감추던 최순실 씨의 모습이죠.

두 번째는 '내가 제일'입니다.
대통령에게 내가 고른 옷을 입히고, 내가 고른 가방과 내가 고른 악세서리를 착용하게 하라.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최순실 씨에게 너무도 깍듯이 그것도 자기가 입고 있는 옷으로 휴대폰을 닦아 건네는 청와대 행정관.

비선 실세의 모습은 이렇게 거만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든든한 엄마'입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되고 독일로 출국한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 부부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열었던 파티 사진이죠. 다정한 엄마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죽을 죄'입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자진귀국한 최순실씨는 몰려드는 취재진과 시민들의 항의에 당황한 나머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울먹이죠. 너무 당황해서 진심이 나온걸까요?

하지만, 마지막이 있죠. '반전' 정도로 제목을 붙여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최순실 씨는 죄를 뉘우치기라도 하듯 수의를 입고, 이때 수의를 입느냐, 사복을 입느냐는 피의자가 고를 수 있거든요. 고개를 푹 숙인 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돌변했고 자신에게 붙여진 모든 혐의를 '부인'하죠.

자, 이 다섯 장의 사진 중에 그녀의 진짜 얼굴은 어떤 걸까요?

'얼굴이나 보자'며 재판장에 갔던 방청객들은 혹시 그녀의 '진짜 얼굴'을 봤을까요?

흔히들 가면을 '인격'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진심을 감추는 사람을 보고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보이지 않는 곳에선 천하제일인 양 당당하다가 보이는 곳에선 용서받지 못할 죄인인 것처럼 '가면놀이'를 하는 모습.

과연 다음 가면은 어떤 얼굴일까요?

'가면을 쓰면 숨을 쉬기 어렵다'
변검배우 김우석 씨의 말입니다.

수 겹의 가면을 쓰는 변검배우들은 공연 전엔 늘 숨쉬기가 힘들어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때문에 긴 시간 준비를 하고도 무대에 오르면 '어서 이 가면들을 벗고 공연이 끝났으면…' 하고 바란다고 하죠.

혹시라도 최순실 씨가 지금이 고통스럽다 느낀다면, 그 가면부터 먼저 벗어 던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공기와는 또 다른, 다른 세상의 맑은 공기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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