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또 다시 테러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해변을 덮친 트럭 테러를 연상시키는 같은 방식의 테러가 독일 베를린에서 터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베를린에선 대형 트럭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을 덮쳤다. 최근 1~2년 새 프랑스 파리 연쇄 공격, 벨기에 브뤼셀 공항테러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유럽에서 테러가 일상화됐지만 독일에서의 테러는 공포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그간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니스 테러에서는 테러범이 트럭을 몰고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를 즐기던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돌진해 86명의 사망자를 냈다.
독일에서는 그동안 테러 위협이 있었지만 대형 테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용의자가 난민 출신이란 추측보도가 나오고 있어 독일 사회에 난민문제와 관련된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성탄절을 앞둔 19일(현지시간) 저녁 8시 14분께 대형 트럭 한대가 베를린 서부의 번화가인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트럭은 시속 65㎞ 정도의 속도로 도로를 달리다가 보도로 뛰어 들어 사람들을 덮쳤으며 시장을 가로질러 50~80m를 계속 달렸다. 트럭은 3m 짜리 크리스마스 트리와 성탄절 용품을 파는 가판 등을 부수고서야 멈춰섰다.
범행에 쓰인 스카니아 트럭은 폴란드에 등록된 차량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폴란드 건설 현장에서 철제 빔을 싣고 떠나 베를린을 향하고 있던 이 트럭을 훔쳤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즉각 규정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시장을 의도적으로 공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테러 사건을 주로 다루는 연방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주변에는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 등 명소가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으로 붐빈다. 1895년 세워진 교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전쟁을 기억한다는 뜻으로 폭격 당한 모습대로 남아 있다. 독일에서는 성탄절을 한 달 가량 앞두고 큰 장이 서는 전통이 있다. 이 날도 교회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모여 있었다.
트럭 운전자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출신 난민일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조석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폴란드 국적의 트럭 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난민 출신이 벌인 테러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내년부터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 총선·대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난민 문제가 가장 첨예한 이슈다. 독일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자 그동안 포용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조차 4선 총리직 도전을 선언하면서 난민 수를 크게 줄이고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테러리즘을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학살이라고 규정하고 이슬람국가(IS)와 다른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지하드(비무슬림 상대 전쟁)의 하나로 지역 사회와 예배당에서 계속 기독교도를 학살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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