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션뷰티업계 “구매층 급부상 10대를 잡아라”
입력 2016-12-19 15:26 
로엠 ‘걸리쉬 라인’

서울 수유동에 사는 고등학생 김민지 씨(가명·17)는 방과 후 친구들과 화장품 로드숍과 SPA(제조·유통 일괄) 매장에 들리는 게 일상이 됐다. 용돈을 모아 비비크림, 아이라이너와 같은 화장품을 사는 것은 물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의류까지 스스로 구매한다. 김 씨는 19일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사다 주는 옷을 입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원하는 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면서 학교 친구들끼리 모여서 쇼핑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했다.
10대가 패션·뷰티 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체적으로 상품을 구매 하는 10대가 늘어나면서 패션·뷰티 업계도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있다.
이랜드월드 여성 캐주얼 브랜드 ‘로엠은 10대 후반의 어린 여성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이를 반영해 최근 ‘걸리쉬 라인을 확장 출시했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새롭게 추가된 걸리쉬 라인은 최근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체크무늬를 활용한 원피스, 스커트, 코트 등 20여 종 상품으로 구성됐다. 로엠 관계자는 10대 고객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전략 덕분에 지난달 걸리쉬 라인 매출은 5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주얼리 브랜드 ‘클루도 중·고등학생들의 액세서리 구매가 증가하자 지난달 10대를 겨냥한 10K 상품을 선보였다. 주얼리를 통해 자신을 꾸미고 싶지만 가격 부담이 장벽이 되는 점을 고려해 5만원 미만의 10k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우정링, 커플링, 귀고리 등 총 150여 종의 10k 상품을 선보였는데, 출시 한달 만에 기존 5K 상품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도 본격적인 10대 공략에 나섰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디렉터가 론칭한 ‘16브랜드는 브랜드의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10대를 겨냥했다. 아역배우 김새론(16)을 전속모델로 발탁하고, 제품 가격도 섀도우 9000원, 펜슬 라이너 1만1000원 등 지갑이 얇은 학생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책정했다.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회사가 투자해 화제를 모았던 ‘클리오의 메이크업 브랜드 ‘페리페라 역시 10대 배우 김소현을 모델로 내세우고, 중·고등학생들이 선호하는 틴트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한다. 최근에는 10대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톤 업 크림 ‘블러팡 밀크 블러를 출시하기도 했다. 페리페라 전체 고객의 20%는 10대다.
패션·뷰티 시장의 주된 소비층이 20·30대에서 10대로까지 확대되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인해 10대들이 트렌드와 정보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스타를 동경하는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그들처럼 꾸미고 싶다는 욕구가 10대를 ‘스스로 쇼핑하는 구매층으로 만들었다고 업계 및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돈이 없는 학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로드숍, SPA 브랜드와 같은 저렴한 브랜드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창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전체가 외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10대들도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외향적인 측면에서 해외 어느 나라 못지않게 현대화됐고, 저렴한 가격에 의류와 화장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보니 10대들이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구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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