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박근혜)계가 탄핵 정국에서도 당권을 접수하면서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전락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친박 2선 후퇴와 ‘비박계 비대위원장 추천을 주장하며 계파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다음주 윤곽을 드러낼 당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에 따라 비박계의 집단탈당과 분당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 ‘도로 친박당…중립 의원 친박 손들어줘
16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친박계 ‘정우택-이현재 후보가 62표를 얻어 55표에 그친 비박계 ‘나경원-김세연 후보를 7표 차이로 눌렀다.
지난 5월 치뤄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의 지지를 받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69표, 나 의원이 43표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비박계가 탄핵 바람을 타고 세를 키웠지만 결국 친박의 조직력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62표도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비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향후 당권 싸움의 분수령으로 주목 받았다. 친박계가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에 따른 비난 여론이 거세 비박의 역전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물론 양 계파 핵심 의원들이 20여명 가량되는 중립성향 의원들에게 물밑에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자 중립성향 의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내세운 나 의원보다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정 신임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친박색이 옅은 정 신임 원내대표를 통해 분당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의총에는 해외출장과 개인일정으로 9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비박 4명(김재경 김종석 여상규 이은재)과 친박 2명(김선동 배덕광), 중립 3명(김규환 김정훈 정태옥)으로 분류된다.
비박계는 일단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특히 당 소속 의원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던 유승민 의원은 실망감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유 의원은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다.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진 좀 고민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의원총회에 뒤늦게 나타난 김무성 전 대표는 표결에 참여하고 즉시 의총장을 떠났다.
경선에 패배한 나 의원도 당의 변화를 기대했고 우리 의원들께서 민심에 따른 선택을 해주실 것이라 기대했는데 결과를 못 만들어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조금 더 민심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친박 2선 후퇴가 맞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이 아니냐”면서 변화를 원하는 세력들과 함께 앞으로 당의 변화와 개혁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선도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선 직후 이것이 새누리당의 민낯이다. 새누리당이 해체돼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고 비난했다. 또 비박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라. 이미 버림받은 손바닥만한 기득권 안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라며 탈당을 촉구했다.
◆분당 불씨 여전…비대위원장 선출이 관건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서 승리함에 따라 일단 계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당권의 마지막 키인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전국위원회도 다음주에 열어 기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1000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국위에는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 중앙·여성·청년·장애인위원회 선출 전국위원 등이 포함되는데 친박이 70%가량 차지해 세 대결로 갈 경우 친박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될 경우 21일 총사퇴하겠다”고 밝힌만큼 지도부 총사퇴는 이르면 주말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신임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토론회에서 비주류와 중립 성향에서 추천하는 인물로 비대위원장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원내대표 선출 직후에는 제가 당선됐기 때문에 (친박에게) 정중히 요청드릴 여건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친박의 2선후퇴를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비주류 또는 계파 색이 옅은 중진 의원으로 선출하고 비대위원을 친박과 비박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비대위원장은 주말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비박계도 당분간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거취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주류내에서도 높기 때문이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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