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화재는 지난 3분기 결산보고서에서 원래 만기까지 보유하기로 했던 금융자산 2조원을 시장가치에 중도 매각할 수 있는 자산(매도가능자산)으로 몽땅 재분류했다. 회계를 한번 손질했을 뿐인데 동부화재의 매도가능자산은 전 분기 대비 무려 5조원이나 불어났다. 지난 7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3%로 역대 최저치를 찍으면서 채권가치의 상승분까지 장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만기보유자산과 달리 매도가능자산은 시장가치가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자산이 늘어나면서 동부화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줄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도 전 분기 230%에서 260%로 3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이 채 안돼 시장은 180도 변했다. 지난 11월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 동부화재는 보유한 채권가치가 급락하면서 연말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RBC는 190% 수준으로 70%포인트가량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하에 자산관리 차원에서 회계를 손질했는데 금리가 이렇게 급등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저금리를 이용해 자산가치를 올리기 위해 재무제표를 '손질'한 손해보험사들이 금리 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올해 2분기에 각각 1조5000억원, 5조원가량의 만기보유증권을 전부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2015년 1분기 일찍이 자산을 재분류한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손보사 4곳이 보유한 만기보유증권은 현재 '제로'다. 올해에만 총 8조5000억원가량의 만기보유자산이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됐다. 이로 인해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총 5000억원가량의 채권평가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산가치 상승의 재미를 본 손보사들이 연말에는 반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의 쓴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3일 현재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2%로 지난 9월 말 1.3% 대비 1%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사 모두 연말 RBC가 2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RBC를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연말 금리 인상으로 RBC가 급락한 손보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굴리면서 만기로 보유할 증권과 중도 매각할 증권을 구분해 재무제표에 기재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변동성이 적은 반면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별로 시장가치를 평가해 평가손실이나 이익을 자본 계정에 반영하게 돼 있다. 보통 장기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자 보험사들이 속속 자산을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를 틈타 보험사들이 단기적으로 보유한 채권을 비싸게 매각하거나, 채권평가이익을 올려 RBC를 관리하기 위해 '회계 마사지'를 한 것"이라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금리 변동성이 커질수록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계속 급격히 올라갈 경우다. 한번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들은 앞으로 신규 매입하는 채권들도 3년간 무조건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무제표에 기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무분별한 실적 마사지를 방지하기 위해 한번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는 3년간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매입한 채권들도 금리 인상의 충격에 노출되는 셈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장기금리 급등세가 지속된다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불과 두 달이 채 안돼 시장은 180도 변했다. 지난 11월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 동부화재는 보유한 채권가치가 급락하면서 연말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RBC는 190% 수준으로 70%포인트가량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하에 자산관리 차원에서 회계를 손질했는데 금리가 이렇게 급등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저금리를 이용해 자산가치를 올리기 위해 재무제표를 '손질'한 손해보험사들이 금리 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올해 2분기에 각각 1조5000억원, 5조원가량의 만기보유증권을 전부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2015년 1분기 일찍이 자산을 재분류한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손보사 4곳이 보유한 만기보유증권은 현재 '제로'다. 올해에만 총 8조5000억원가량의 만기보유자산이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됐다. 이로 인해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총 5000억원가량의 채권평가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산가치 상승의 재미를 본 손보사들이 연말에는 반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의 쓴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3일 현재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2%로 지난 9월 말 1.3% 대비 1%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사 모두 연말 RBC가 2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RBC를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연말 금리 인상으로 RBC가 급락한 손보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굴리면서 만기로 보유할 증권과 중도 매각할 증권을 구분해 재무제표에 기재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변동성이 적은 반면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별로 시장가치를 평가해 평가손실이나 이익을 자본 계정에 반영하게 돼 있다. 보통 장기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자 보험사들이 속속 자산을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를 틈타 보험사들이 단기적으로 보유한 채권을 비싸게 매각하거나, 채권평가이익을 올려 RBC를 관리하기 위해 '회계 마사지'를 한 것"이라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금리 변동성이 커질수록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계속 급격히 올라갈 경우다. 한번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들은 앞으로 신규 매입하는 채권들도 3년간 무조건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무제표에 기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무분별한 실적 마사지를 방지하기 위해 한번 매도가능자산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는 3년간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매입한 채권들도 금리 인상의 충격에 노출되는 셈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장기금리 급등세가 지속된다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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