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서울 시내면세점 5곳이 새로 들어서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후푹풍이 현실화되고 특허 수수료가 내년부터 인상되는 등 면세점 업계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이 과거처럼 무조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이후 중국인관광객(유커) 숫자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91만 7919명을 정점으로 8월 87만 3771명, 9월 72만 6266명, 10월 68만 918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8월에 한국을 찾은 유커가 7월보다 감소한 것은 1998년 월별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의 기저효과로 올해 전체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7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양국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같은 유커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방한 유커가 줄어들기 시작한 7월은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시점이다. 더욱이 중국 관광당국은 지난 10월 한국 저가여행을 줄이라는 지침을 현지 여행사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면세점들의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 수준이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 8조589억원 중 62%에 해당하는 5조353억원이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이처럼 유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는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면세점 특허수수료율 인상도 면세점 업계에게는 악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하는 내용이 특허수수료율 인상안을 입법예고했다. 적용률은 매출 2000억원 이하는 0.1%, 2000억~1조원 0.5%, 1조원 이상 1.0%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이같은 방침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시내면세점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수수료까지 올라가면 수익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면세점 시장을 놓고 국가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면세점 업계를 짓누르는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규면세점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세계DF가 올해 상반기 175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한화갤러리아가 174억, 두타면세점과 HDC 신라면세점도 각각 160억원과 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데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신규 면세점들이 여행사들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면세점은 유통산업이지만 관광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면세점 경쟁력은 한국관광산업의 경쟁력이기도 하다”며 과거처럼 문만 열어놓으면 돈을 버는 시대가 끝난 만큼 ‘누가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 이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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