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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면욱 국민연금 CIO "국내채권 50% 밑으로…해외주식·대체투자 18조 늘린다"
입력 2016-12-12 18:02  | 수정 2016-12-12 21:06
◆ 한국 큰손들의 2017투자전략 / ① 강면욱 국민연금 CIO 인터뷰 ◆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내년 말 기준 기금의 국내 채권 목표 투자 비중은 49.5%"라면서 "시장 충격이 없도록 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운용자산 중 국내 채권 비중이 50% 미만인 것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래 18년 만에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른바 '트럼프 탠트럼(발작)'이라 불리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 투자에 적색 경보가 켜진 상황에서 손실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 운용 성과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주목된다.
강 본부장은 내년도 국내 채권 비중 축소에 대해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올해 채권 부문에서 벌었던 이익 상당 부분이 날아갔다"면서 "기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체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내 채권 비중은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채권 자산 내에서 10년물이나 30년물 같은 만기가 긴 중장기 채권보다 3년이나 5년처럼 만기가 짧은 채권 비중을 늘리는 방식의 전술적 대응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을 줄이는 대신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지금보다 각각 1%포인트 이상 늘어난 15.4%, 11.9%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확대 규모는 18조원에 달한다.
강 본부장은 "내년에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보면 글로벌 저성장·저금리 국면은 여전하다"면서 "저금리 시대 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해외 대체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내년에는 인프라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체투자의 약점으로는 유동성 문제가 거론된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투자 모두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10년까지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투자 자산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는 헤지펀드 투자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게 강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7월 10억달러 규모로 선정한 해외 헤지펀드 위탁운용사에 대한 자금 집행이 지난달 말 이뤄졌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헤지펀드 투자 한도를 전체 자산의 0.5%로 받은 만큼 아직 1조5000억원가량 추가 집행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해외 헤지펀드 투자 성과를 좀 더 지켜보면서 투자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올해 9월 말 기준 18.4%)과 해외 채권(4.1%) 비중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 매매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사실과 다른 의혹이 확산되면서 조직 내 사기가 저하되고 보신주의가 높아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 활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종목을 사고파는 정상적인 투자 활동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문제 삼는 합병 결정을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기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합병 60건을 의결했는데 전문위원회로 넘긴 건은 작년 6월 SK와 SK C&C 합병 단 한 건에 불과했다"면서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게 기본적인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 말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 이탈도 CIO로서 고민이다. 하반기 이후 해외인프라팀장, 해외채권팀장, 해외주식팀장, 런던사무소장 등 실무 팀장들이 연이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최근에는 545조원 기금 운용 전략을 본부장과 함께 디자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던 양영식 운용전략실장마저 사표를 냈다.
강 본부장은 "전주 이전으로 인한 인력 유출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근 운용전문직 30명의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인데 전반적인 수준이 이전만큼 높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면욱의 투자 원칙
"중소형株 매도는 불가피했다…장기투자 위한 전략"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이 운용 성과의 기준인 벤치마크(BM)를 수년째 밑돌다가 올해는 지난달부터 0.3%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국내 주식 운용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를 묻는 질문에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이같이 답했다. 강 본부장은 "100조원이나 되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생각했을 때 유형별로 색깔이 명확하게 구분돼 관리돼야 함에도 막상 와서 보니 위탁운용사들의 중소형주 쏠림이 매우 심각했다"면서 "기금의 장기 투자 전략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자산 배분 재조정 작업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6월부터 한시적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산 위탁운용 유형을 50% 이상 따라 투자해달라고 요구했다. 위탁운용사들이 대형주형으로 자금을 받은 뒤 실제로는 운용수익률을 높여서 위탁 자금을 더 얻어낼 목적으로 중소형주에 60~70% 이상 투자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다만 국민연금이 코스닥 중소형주 시장에서 올해 매도한 금액은 34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다른 기관투자가가 팔아치운 3조원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면욱 본부장은
1959년생으로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국민투자신탁에 입사한 뒤 현대투자신탁,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ABN암로자산운용 한국사무소와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를 역임하며 운용 분야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했다. 지난 2월 제7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으로 선임됐다. 과거 경력상 운용 실무보다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주로 해왔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올해 국내외 변수 때문에 증시 환경이 어려웠지만 기금운용본부를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재원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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